재경일보

이스라엘 '아르메니아 학살' 인정…튀르키예 '가자 학살' 맹공, 중동 격랑

가자지구 문제로 격화된 이스라엘과 튀르키예의 갈등이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인정이라는 역사적 논쟁으로 비화하며 중동 정세에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각은 지난 2026년 6월 28일 (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로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을 공식 인정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자신이 발의한 결의안이 각료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찬성됐음을 X를 통해 밝히며, 약 100여년 전 1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학살을 이스라엘이 역사적 진실을 인정한 32개국에 합류했다고 강조했다. 사르 장관은 「옳은 일을 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의 오랜 외교적 신중론을 뒤집은 것이다. 과거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아르메니아 학살 인정 문제에 침묵해왔다. 그러나 2023년 10월 하마스 기습 이후 튀르키예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8월 팟캐스트에서 이미 사실상 인정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스라엘 '아르메니아 학살' 인정…튀르키예 '가자 학살' 맹공, 중동 격랑
[사진=연합뉴스]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은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역사가 추산)을 학살한 사건을 지칭한다. 반면 튀르키예는 이를 '1915년 사건'으로 부르며, 전시 중 양측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약 30만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집단학살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튀르키예의 주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발표에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강력히 비난했다. 튀르키예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7만명 넘게 사망한 '집단학살 범죄'와 국제사법재판소(ICJ) 및 국제형사재판소(ICC) 수사,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려고 한다」는 직격탄을 날리며, '학살'을 인정한 이스라엘이 역설적으로 '집단학살' 범죄자로 지목당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은 중동 역내 외교 지형에 깊은 균열을 만들며 이스라엘-튀르키예 관계를 회복 불능 수준으로 밀어 넣을 가능성이 크다. 튀르키예가 공언한 대로 '이스라엘의 역내 팽창주의적이고 불안정한 정책을 종식시키고, 네타냐후 정부가 팔레스타인인 등 민간인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 법에 따라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강경 대응이 현실화될지 주목해야 한다. 역사적 진실 인정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복잡한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그로 인한 파장이 중동 지역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사회

정치/사회

경제

국내 증시

부동산

라이프

이스라엘 '아르메니아 학살' 인정…튀르키예 '가자 학살' 맹공, 중동 격랑 : 국제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