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이 해외에서 "왜 ING생명 인수를 못하게 하느냐"며 술잔을 깨뜨리고 격한 울분을 토해내며 `술자리 소동'을 벌였다는 소문과 관련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조영제 부원장보는 이날 오전 KB금융의 부사장 2명을 불러 ING생명 인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경영진과 이사회의 갈등 과정을 알고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어윤대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차 베이징(北京)을 방문, 술자리에서 7명의 사외이사와 고위 임원 등이 보는 상황에서 갑자기 손에 든 술잔을 내리쳐 깨뜨리고 "ING생명 인수는 KB금융에 필요한 제2금융권 포트폴리오를 갖추려고 사심 없이 추진하는 일인데, 왜 내 충정을 몰라 주느냐"며 화를 내고 고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깨진 술진 파편에 일부 사외이사와 임원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좌진의 만류로 잠시 자리를 떴던 어 회장은 식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에게 사과해 소동이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어 회장은 ING생명 인수를 임기 내 큰 업적으로 보고 적극 밀어붙이고 있지만 일부 사외이사진이 보험업의 미래 환경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완강히 반대하면서 갈등이 증폭돼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조영제 부원장보는 "여러 경로로 알아봤더니 어 회장이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이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굉장히 불미스러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어 회장을 겨냥한 것을 두고 감독 당국이 ING 생명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재차 드러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 측은 "어떤 결론을 내든 KB금융 이사회 소관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금융지주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당국으로서 인수 과정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