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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 계좌에 한국인 상당수… 유명인사도 포함"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나 금융계좌를 보유한 명단 가운데 한국인이 유명인사를 포함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단에는 북한 측 인사의 이름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후 ICIJ의 명단이 공식 발표될 경우 국내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자료를 최초로 입수한 ICIJ의 제러드 라일 기자는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 D.C의 ICIJ 본부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산은닉처 명단에 한국인의 이름이 상당수 있고 유명한 이름도 있다"고 말했다.

라일 기자는 "한국 이름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몇 달에 걸쳐 자료를 분석한 끝에 이름과 출신국가를 정리한 명단을 완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남한, 북한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명단에 들어있는 유명인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ICIJ가 가진 자료가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 명단에 든 인사가 탈세나 범법행위를 한 것인지, 제대로 세금을 낸 합법적인 계좌나 기업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게 이유다.

라일 기자는 "그 이름과 관련한 다른 자료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북한 인사의 이름은 집권층이거나 최소한 이들과 관련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또 한국인 명단의 공개 시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세르비아와 스웨덴과 관련한 보도하지 않은 이야기가 2건이 있다"며 "이들을 처리한 후 한국, 오스트리아, 폴란드, 터키 등 아직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나라들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세청은 ICIJ에 한국인 명단제공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다른 경로로 명단입수 작업에 나섰지만 별 성과가 없는 상태다.

국세청 관계자는 "버진아일랜드는 10억원 초과 해외금융계좌 신고 때 계좌보유를 신고한 사례가 없고 최근 역외탈세 세무조사에서 자주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부의 편법증여 등 역외탈세에 악용된 사례가 많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모두 탈세 혐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개연성은 있는 만큼 명단이 입수되면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관련 자료를 입수한 라일은 호주의 탐사 전문기자로, 60개국 160명의 기자가 모인 비영리단체인 ICIJ와 손잡고 지난 15개월간 조세피난처의 실태를 추적해왔었다.

그는 지난 4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를 거친 검은돈과 그 돈의 주인 수천 명을 공개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각종 역외탈세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금융당국(jurisdiction)이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에 가입하거나 가입 의사를 표명하기로 합의한 데에는 ICIJ의 폭로가 큰 힘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