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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청회서도 쌀 개방 찬반 '팽팽'>(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차병섭 기자 = "쌀 관세화(시장개방) 이외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나라 쌀 산업의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관세화하더라도 최소 400%이상의 관세율 적용과 쌀산업발전대책 등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사무총장)
"정부는 협상도 하지 않고 쌀 관세화 불가피성과 의무발생론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는 쌀 관세화 유예기간 종료에 따른 대응방향을 놓고 정부와 농민단체들 간에 쌀 시장개방 여부를 둘러싼 찬반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부는 쌀개방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우리와 필리핀 외의 WTO(세계무역기구)회원국들은 쌀 관세화 조치를 했다"면서 "의무면제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해도 한시적일 뿐 결국 관세화해야 한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농식품부는 관세화시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가능한 한 최대치의 관세율을 매길 수 있도록 전문가, 관계부처와 협의하면서 WTO 검증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FTA(자유무역협정) 등의 협상에서 쌀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계속 보호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면서 "정부는 주식 공급기반으로서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 유지와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여 차관은 "WTO 절차 종료 후 국회 비준동의절차를 거치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서 "법제처에서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농연은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쌀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손재범 한농연 사무총장은 "의무수입물량(MMA)을 현행 41만t에서 80만t까지 늘려줘야 관세화를 유예할 수 있다"면서 "이는 국내 소비량의 20%에 육박하며, 쌀 소비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쌀 농업보호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관세화를 미룬 필리핀과 관련, "우리가 필리핀과 비슷한 조건을 적용받으면 5년간 유예 후 관세화하는 데 의무수입물량을 현재보다 2배 이상 제시해야 하고 다른 상품분야에서 추가 양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손 사무총장은 "최소 400% 이상 관세율을 적용받아야 하며 관세 설정논의에서 각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을 관세화할 경우 FTA, TT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국제협상에서 쌀을 양허(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고 의무수입물량을 내수소비용뿐만 아니라 대외원조용 등으로 쓸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쌀산업종합대책에 따른 농가소득 안정방안으로 ▲ 동계논 이모작 직불제 단가 100만원 인상 ▲ 농업정책금리 1%대 인하 ▲ 국내산과 수입쌀 혼합금지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 ▲ 쌀 산업 인프라 지원 확대·연구개발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농은 여전히 쌀 관세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2%밖에 되지 않고 쌀 자급률도 80%대로 떨어졌다"면서 "정부의 식량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2005년 유예 후 10년 동안 발전은 커녕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협상도 하지 않고 쌀 관세화 불가피성과 의무발생론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하면 협상 상대국들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얻지 못하는 만큼 협상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쌀 관세율을 510%(관세상당치 560%)로 설정할 수 있고, 이는 흥정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고율관세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이며, 어물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법률적·정치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WTO에 통보할 정부 안을 국회에서 사전에 책임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최근 제시하는 우량농지 보전·보험제도·이모작 확대 대책·들녘경영체 등은 이미 추진 중일 뿐 아니라 효과가 의심스럽다"면서 "'복사하기 붙여넣기'식 대책으로 농민을 설득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쌀 수입 허가제를 폐지해서 관세법에 의한 쌀 수입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올 9월 말까지 한국이 수정표를 통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안덕수 새누리당 의원은 "WTO에 통보하는 내용은 국제적 검증을 받아야 되는 우리의 안이고, 이 안이 확정되면 그 다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규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동의를 얻어서 하면 정부안이 힘을 받는다"면서 "정부가 자세를 세게 갖고 밀어부칠 작정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관세상당치는 중국가격을 쓸 경우 510% 일본가격으로 하면 400%"라며 "중국가격을 활용해 통보하고 내년부터 적용하는 방식으로 타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당 황주홍 의원은 "농민이 정부의 기본방침을 신뢰하지 못하는 만큼 장관이나 총리, 대통령이 하든 선언적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인홍 차관은 관세율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상대국에서 받아들여져야 되고 우리나라 쌀도 보호해야되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 차관은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기구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자 "의견수렴을 하겠지만 특정한 기구를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와 동시에 열려 의원들 상당수가 자리를 비운 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