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생활 속 거리두기에 국민참여재판 고민하는 법원

[재경일보=김미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판결을 내리는 법원에 고심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교수 A씨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A씨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죄를 가리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재판부는 난색을 표했다.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원 관계자가 재판 일정을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2020.5.22

주춤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는 상황에서 법정에 많은 인원을 불러모으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물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건 국민참여재판을 하려면 법정에 수십명의 배심원 후보를 불러 추첨을 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 다시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아져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개시 결정에 코로나19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해당 사건의 쟁점 다툼이 치열할 경우 재판을 하루 만에 끝내기 어렵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수차례 법정에 부르게 될 경우 자칫 감염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법은 누구든 원할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도, 재판부의 배제결정 사유에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둬 법원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의 이유로 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국민참여재판 개시 결정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법원 내부에서도 미세하게 엇갈린다. 여기에 코로나19를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나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코로나19를 너무 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휴정기를 가졌고 이례적으로 원격영상재판도 일부 진행하는 등 코로나19에 예민하게 대응해왔다.

이달 15일에는 서울구치소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의 모든 법정을 폐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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