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떨어진 로켓에 어린이 12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치는 비극이 벌어진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의 작은 마을 마즈달 샴스가 온통 슬픔에 잠겼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교 소수 분파인 드루즈파 신자로 이뤄진 마을 주민들은 공격 배후로 지목된 헤즈볼라와, 참변을 막지 못한 이스라엘 지도부 양측 모두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확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로켓이 떨어진 마즈달 샴스의 축구장에는 충격과 슬픔에 잠긴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인근의 다른 축구장에서는 사망한 어린이 12명을 기리는 합동 추모식도 진행됐다.
검은색 천으로 덮인 12개의 빈 의자 주변에 모여든 추모객들은 짧은 침묵과 연설 이후 대부분 흩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전날 저녁 6시께 이곳 마즈달 샴스의 축구장에는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이 떨어졌다.
주말 저녁 축구를 하던 어린이들은 직전에 울린 공습 사이렌에도 차마 몸을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불과 몇발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방공호도 마련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지역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공격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공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공격 이튿날인 28일 인구 1만1천명의 작은 마을인 마즈달 샴스의 가게와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결혼식은 모두 연기됐다.
대가족 문화로 대부분 서로를 잘 아는 마을 주민들은 이날 모두 검은 옷을 입었으며 거리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아주는 등 마을 전체가 슬픔에 잠긴 모습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11세 소녀 아드함 사파디의 삼촌 마헬 사파디(42)는 사망한 조카가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던 '축구광'이었다면서 가족에 기쁨을 가져다주던 친절한 소녀였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아직 충격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즈달 샴스는 골란고원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슬람 소수 분파 드루즈파의 여러 공동체 마을 중 하나다.
1967년까지는 시리아에 속해 있던 이 지역은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에 점령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을 자국 영토로 병합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2만5천여명의 드루즈 주민들도 대부분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자로 남아있으며, 여전히 자신을 시리아인으로 규정하는 이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50년이 넘는 이스라엘의 점령을 거치며 드루즈 주민 상당수는 스스로를 이스라엘인으로 여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공격 현장 주변을 찾은 주민들은 참변을 막지 못한 이스라엘 정부에 분노를 터뜨리며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전날 공격으로 대가족 중 4명이 사망했다는 나세르 아부 살레(52)는 "우리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 대응을 원한다"며 "군대가 그 일을 하게 하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죽음을 요구했으며 레바논 본토를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확전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BBC는 전했다.
수개월째 이어진 헤즈볼라와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참사를 막지 못한 이스라엘 극우 내각도 주민들의 분노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합동 추모식을 찾은 이스라엘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분노한 주민 수십명에 둘러싸이기도 했다.
격앙된 주민들은 스모트리히 장관을 향해 "지난 10개월간 당신은 어디 있었냐"면서 "여기서 당장 나가라"고 외쳤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향한 대응 공격을 예고하면서 전면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등 국제사회는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며 확전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날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적절한 대응 공격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시내각이 대응 공격의 종류와 시점에 대한 결정권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 장관에게 일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