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앞두고 각각 일방적인 휴전 계획을 발표했으나, 양측의 공방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확전 양상을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28명이 사망하고 최소 120명이 부상하는 등 단 하루 만에 최근 몇 주 사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은 4년 넘게 이어지는 전쟁의 근본적 해결 기미가 여전히 요원함을 시사한다.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일(5월 9일)을 앞두고 8일과 9일의 휴전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의 동참을 요구했으나, 전장은 오히려 격화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6일 0시(키이우 시간)부터 자체적인 휴전을 발표했으나, 해당 시점 이후에도 러시아군의 자포리자 기반 시설 공격이 확인되며 휴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의 휴전 발효 시점 이후 러시아 측의 공격 보고는 아직 나오지 않는다고 전한다.
우크라이나 당국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가 지정한 휴전 발효 시점 직전인 5일에 폴타바, 하르키우, 도네츠크, 드니프로, 자포리자, 헤르손, 오데사, 체르니히우, 수미 등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했다. 특히 드니프로 시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휴전 발효 시한이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5일 밤에 발생했다. 이고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5일 밤 이 공격으로 27명이 사망하고 최소 12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으며, 동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의 사망자 집계가 추가되면서 전국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최근 몇 주 사이에 하루 동안 발생한 사망자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전황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측이 2014년부터 지배해온 크림 지역 당국 역시 5일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5명이 숨졌다고 6일 이른 시간대에 발표하며 양측 간 상호 공격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승절 기념행사를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을 경우 키이우 중심가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전승절 기념행사를 전통적으로 성대하게 치러왔으나, 올해는 첨단 무기 전시 등을 생략하고 행사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더불어 5일 오전부터 전승절 당일인 9일까지 모스크바 시내의 무선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이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일방적 휴전 계획 발표에 대해 "6일 0시부터 휴전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겠다"며 러시아의 공격이 있을 경우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상호주의 원칙 표명은 휴전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을 낳았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단기 휴전을 선언했으나, 대부분 실제 공방이 계속되어 실효성 있는 휴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많다.
지난해에도 러시아는 전승절 연휴 기간인 5월 8일부터 10일까지 휴전 계획을 일방적으로 선언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휴전이 가끔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지난달 정교회 부활절 기간에는 양측이 장거리 공격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만 4년이 넘은 전쟁의 근본적 해결 기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통화에서 두 사람은 "미-러 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란에 대해 논의했다"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전했으나, 세부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측 역시 통화 사실을 확인하며 "양자 접촉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했으나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양국이 각자의 명분을 내세워 휴전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장에서의 공방은 계속되는 상황은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전승절을 둘러싼 긴장 고조는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더욱 키우며, 에너지 시장 등 글로벌 경제 질서에도 불확실성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은 여전히 난망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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