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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베이징 담판 앞두고 요동치는 중동... 걸프국 연쇄 접촉 속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 10배 강화

김영 기자
미중 베이징 담판 앞두고 요동치는 중동... 걸프국 연쇄 접촉 속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 10배 강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임박함에 따라 중동 질서가 급격한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협력국들은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며 자국 이익 극대화에 나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작전 구역을 기존보다 10배 확장하며 에너지 수송로를 볼모로 한 강대강 대치 기조를 분명히 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분쟁이 핵심 의제로 급부상하면서 중동 주변국들의 물밑 외교전이 전례 없는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패권을 쥔 두 정상이 베이징에서 만나는 시점에 맞춰 역내 국가들은 각자의 생존 전략을 수립하며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의 우방국인 걸프 왕정 국가들은 미중 간의 거대 담판이 중동 안보 지형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며 독자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역내 정세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통신사 WAM에 따르면 양측은 중동의 안보 현안을 공유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중동 정책 방향을 사전에 조율하고 걸프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도 연쇄 접촉을 가지며 걸프국 간의 결속력을 다졌다. 양측은 '형제적'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역내 상황이 국제 안보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점검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이 같은 밀착은 이란의 위협에 맞서 수니파 국가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행보이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이란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단행했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지난 3월 말 이란 내 특정 목표물을 대상으로 비밀 보복 공습을 실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간 이란의 도발에 방어적 태도를 취하던 사우디가 선제적 성격의 군사 대응으로 기조를 전환한 것은 중동 정세의 위험도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강력한 군사적 타격을 가하며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랍에미리트가 지난 4월 이란 남부 연안의 라반섬 정유시설을 비밀리에 공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국의 경제적 혈통을 위협하는 행위로,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전면적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란의 적대적 행위는 인접국인 쿠웨이트에서도 노골화되며 역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원 4명이 이라크 접경 지대인 부비얀 섬에 침투해 테러를 시도하다 체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아랍에미리트는 즉각 쿠웨이트와의 연대를 표명하며 이란의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해 걸프 국가들의 공동 안보 체제를 강화했다.

이란은 미중 정상회담의 압박 속에서도 타협보다는 강경 대치 기조를 고수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평화협정의 전제 조건으로 배상금 지급과 호르무즈 해협 주권 인정, 그리고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합의 시도는 단순히 굴복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종전 압박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란 군부의 움직임은 더욱 위협적으로 변모하며 국제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작전 구역을 전쟁 이전보다 10배 이상 대폭 확장하여 운용 중이라고 선언했다. 모하마드 아크바르자데 혁명수비대 해군 부국장은 해협의 유효 폭을 기존 20~30마일에서 최대 300마일까지 확대 규정하고 해당 구역 내의 모든 동향을 강력히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작전 구역 확대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길목을 봉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약 480km에 달하는 작전 범위 확장은 사실상 공해상의 항행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선포와 다름없어 국제 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이란의 조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극단적인 에너지 인질 전술의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이러한 강경 행보가 실제 전면전을 의도하기보다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수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 경제가 장기적인 제재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미국과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은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긴장 고조는 미중 회담 결과에 따라 극적인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동 전문가들은 현재의 정세를 "미중 패권 경쟁의 불꽃이 중동이라는 화약고로 옮겨붙은 격"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 정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치킨게임의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비용을 급증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향후 수십 년간의 중동 질서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서의 담판이 결렬될 경우 중동 국가들은 본격적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으며, 이는 국제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 자명하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비상 수급 계획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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