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7조 원에 육박하는 매물을 쏟아내며 코스피가 8,630대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30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공포를 키웠고, 중동의 전운과 미국의 관세 압박이라는 대외 악재가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 외국인의 19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 속에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기록적인 매도 공세에 밀려 전 거래일보다 162.08포인트(1.84%) 하락한 8,639.41로 장을 마감하며 4거래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지수는 개장 직후 2% 넘게 폭락한 8,623.82로 출발하여 장 중 한때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8,7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외국인의 거센 물량을 이기지 못했다. 오후 들어 낙폭을 다시 키운 지수는 장중 8,577.30까지 밀려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노출한 끝에 간신히 8,630선을 지켜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 9,880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이는 지난 2월 27일 기록한 7조 812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일일 순매도 규모로 기록되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기간 누적 순매도액은 66조 9,05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록한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6년 만에 가장 긴 매도세다.
중동 지역에서 재점화된 지정학적 긴장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며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란 유조선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전운이 짙어졌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2.4% 오른 배럴당 96.02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했다.
미국의 견조한 고용 지표와 그에 따른 고금리 유지 전망 역시 국내 증시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고용정보업체 ADP가 발표한 5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12만 2천 명 증가하며 작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고용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돌파했고, 이는 기술주를 비롯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을 가속화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점은 수출 주도형인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USTR은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조치 집행에 실패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번 관세 부과를 단행했으며, 한국은 호주, 중국, 브라질, 일본 등과 함께 대상국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통상 환경의 악화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유도하며 증시의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
외환시장은 원화 가치 폭락으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져들며 증시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3원 급등한 1,529.7원에 마감했으며, 장중에는 1,530.1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530원 선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감마저 압도하는 강력한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 타깃이 되며 대부분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50% 하락하며 35만 원대로 밀려났고, SK하이닉스 역시 2.63% 하락한 220만 원대에 머물렀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을 앞두고 협력 기대감에 급등했던 LG전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16.43% 폭락했고, 현대차와 네이버도 각각 3.98%, 4.63%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침체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정부의 부양책 기대감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6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관은 2,067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3.70포인트(2.31%) 오른 1,049.73에 장을 마쳤으며 주성엔지니어링이 27.22% 폭등하는 등 개별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하락 장세가 대외 변수의 복합적인 작용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 과정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최근 상승 누적에 따른 과열 부담으로 차익 매물이 출회되며 약세를 보였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1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지속하며 지수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향후 증시는 미국의 추가 관세 정책의 구체적인 집행 방향과 중동 사태의 추가 전개 양상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외국인의 역대급 매도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만으로는 지수의 추세적 반등을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와 미 국채 금리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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