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수 고영욱(37)에게 실형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내려졌다.
유명 연예인에게 전자발찌 명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 2008년 9월 상습 성폭행범에 대해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한 전자발찌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잇따른 성추문에 몸살을 앓는 연예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10일 미성년자 성폭행·강제추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된 고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7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고씨에게 전자발찌 부착기간 동안 야간외출 제한, 아동보육·놀이시설 접근 금지, 피해자들에 대한 접근 금지, 과도한 음주 자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00시간 이수 등의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또 출국이 제한돼 보호관찰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만간 전자발찌 출국제한 규정이 신설될 예정이어서 고씨의 출국은 더 엄격히 통제될 전망이다.
실형과 함께 전자발찌로 인해 행동반경이 큰 제약을 받게 되면서 고씨는 사실상 연예인으로서 재기가 쉽지 않을 만큼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청소년들의 선망과 관심을 받는 유명 연예인의 지위를 이용해 사리 분별력이 미약한 미성년자를 대상을 범행을 저질렀다"며 "또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과정에서도 범행을 저지르는 등 성에 대한 인식이 왜곡됐고 자제력도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씨는 더 나아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에게 일부 책임까지 떠넘기고 있어 초범이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도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부인하는 고씨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씨는 2010년 13세에 불과한 A양에게 술을 권하고 성인인 자신과 단둘이 있는 오피스텔에서 범행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해도 위력 행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성추행을 당한 C양에 대해서도 고씨는 '태권도를 했다고 해서 허벅지를 눌러봤다', '가슴이 커 보인다는 말은 했지만 만지지는 않았다'며 일부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유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고씨에게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린 이유에 대해 성범죄 습벽과 재범 위험성을 들었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 평가척도에서 고씨의 재범 위험성이 중간 정도로 평가됐지만 해당 구간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라며 "범죄 수단과 방법이 유사한 점에 비춰볼 때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지 않으며 습벽과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씨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소재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등에서 미성년자 3명을 총 5차례에 걸쳐 성폭행·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고씨는 2010년 여름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A(13), B(17)양을 각각 성폭행,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 C(13)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뒤 결국 구속됐다.
고씨 측과 검찰이 모두 항소를 포기해 그대로 형이 확정되면 고씨는 5년간의 징역형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직후부터 향후 1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하는데, 전자발찌가 부착되면 고씨의 모든 움직임은 보호관찰소에 수신돼 감시받게 된다.
관련 법에 따르면 검사는 2회 이상 또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범행한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으며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 등을 저지른 경우 부착기간은 법에 정해진 하한의 2배로 해야 한다.
고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 결과와 관련 "고영욱 씨와 상의해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