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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코로나19 2차 대유행 ⑧ 생활방역사(feat.코로나 일상)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확산되고 있다.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유행의 정점을 예측할 수 없는 유행의 확산기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는 현재 상황으로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고, 영국 면역학계 권위자 마크 월포트 박사는 코로나19가 어떠한 형태로든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코로나19 확산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꾸준히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현재 사태에 대한 전망은 코로나19의 '종식' 보다는 코로나19와의 '일상'으로 기울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방역 수칙 준수와 일상 및 경제 활동을 균형 있게 양립하는 '코로나 일상'(위드 코로나 시대)이 화두에 오르는 가운데, 사회 각 분야에서 환경, 문화, 제도 등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쓰러지는 의료진들…한계에 다다르는 방역

수개월째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나서는 의료진들이 체력 고갈로 곳곳에서 쓰러지고 있다. 푹푹 찌는 폭염과 무겁고 통풍이 잘 안되는 보호장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실신하거나 주저앉는 등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30도를 훌쩍 웃도는 더위에도 방호복을 입고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진들은 어지럼증과 과호흡, 손 떨림 등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화장실조차 편하게 갈 수 없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생긴 심한 방광염 증세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치료를 담당하는 인력 3명 중 1명은 '번아웃'(소진) 상태에 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코로나19 담당 인력 621명 중 번아웃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감정적 고갈', '냉소', '효능감 저하' 모두 기준값 이상인 인력이 전체의 33.8%를 차지했다. 특히 업무로 인한 감정 고갈을 겪은 인력이 많았다.

특히 69.7%는 어리다고 업무를 부당하게 배정받거나 욕설과 사과 등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민원, 모든 탓을 의료진이나 공무원에 돌리는 책임 전가 등의 상황을 겪으며 울분을 경험했다고 한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와 방역 인력들이 장기간의 업무로 정서적인 탈진 상태에 놓여있다. 일에서 성취가 아닌 냉소감과 낮은 효능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든 방역 성적표의 뒷장이자 이면인 셈이다"며 "안전하고 공정한 코로나19 근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PC방 알바 등 단기 일자리 직격탄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됨에 따라, 쉽게 채용과 해고가 가능한 단기 일자리 노동자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청년층이나 주부, 노인 등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경제·산업동향 & 이슈'를 보면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전년 동월대비 취업자 수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전체 취업자 중 상용직은 증가 폭이 감소하면서도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임시일용직은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대비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 감소는 전체 취업자 수 감소 대비 지난 3월 303%를 기록한 데 이어 4월 164%, 5월 167%, 6월 140%였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로 PC방과 유흥주점, 대형학원, 뷔페식당 등 방역상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시설들의 영업이 금지됐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또한 대형 마트들이 시식코너 운영을 최소화함에 따라 관련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어들었고, 길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등의 일거리도 찾기 어려운 상태다. 식당이나 카페 등은 물론 2학기 수업을 준비하던 방과 후 강사나 학습지 강사 등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교 방학이 끝나는 시기에는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가 늘어나는 편인데, 최근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 아르바이트 정보업체 알바몬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는 사업주 957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직원 채용 계획을 설문한 결과 '채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12.6%였고, 21.7%는 '미정'이라고 응답했다. 채용 계획이 있다는 65.6%도 대부분 추가 채용이 아닌 '현상 유지' 목적이었다.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유로는 '사업이 어려워서 기존 아르바이트 직원 수도 줄일 계획'이라는 답변이 67.8%였다. '일이 적어서 기존 알바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있다'는 응답도 27.3%였다.

생활방역
▲ 대구광역시의 코로나19 극복 생활방역단. (사진=보건복지부)

◆ 방역과 일자리…'생활방역사'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인 피로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7월말 정부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에서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방역이 취약한 시설을 관리할 '생활방역 일자리' 9만3000개를 전국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각 지역별 감염 위험시설 관리를 전담하는 '생활방역사' 직군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었다. 지자체의 역학조사 역량의 분산을 막고 보건소는 집단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들의 활동을 돕는 새로운 직종을 많이 만들어 장기전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8월 들어 각 지자체들은 사업계획에 따라 학교, 사회복지시설,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총 8만2000명이 생활방역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생활방역사'로 불리는 이들은 학교나 사회복지시설, 도서관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에서 발열 체크, 소독, 청소, 방역물품 전달, 방역수칙 준수 지도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생활방역
▲ 전남 순천시 순천역에서 관계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다중이용 문화시설 생활 방역사'를 고용했다. 이들은 다중이용시설에 출입자를 대상으로 발열 체크 등을 통해 의심 증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거리 두기 관련 안내도 한다. 실내 환기와 소독 등 방역 활동도 지원한다.

대전은 2인 1조의 '생활 방역 기동대'를 주민센터별로 2개 조(4명)씩 배치했다. 생활 방역 기동대는 공원과 버스 승강장, 공공 화장실 등 다중이용시설 관련 방역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지 및 공연장 방역 점검에,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방역 지원에 1만1000명이 참여하도록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생활방역사들이 방역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면서 생활밀착형 방역을 정착시키고, 특히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높아진 방역 인력의 피로도도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활방역
▲ 광주 북구 운암1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동행정복지센터 직원들과 지역생활방역단원들이 무인택배함을 방역·소독하고 있다.

◆ 생활방역, 새로운 일상으로

올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방역대책 수준을 거듭 강화해왔다.

여러 고비 끝에 4월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으로 안정되기도 했고, 일상에서의 활동과 코로나19 감염예방을 병행하는 새로운 일상의 방역체계인 '생활방역'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소비하면서 거리 두기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두면서 소비하면 된다. 영원히 동거해야 할지도 모르는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경제활동 모두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경제활동, 일상활동은 재개해야 한다. 생활방역은 어차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활방역
▲ 광주 광산구 쌍암동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서 생활방역단이 코로나19 예방소독을 하고 있다.

5월 들어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이어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방역 전환을 선언했다. 더이상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역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제·사회활동을 재개하는 절충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 경제·사회활동을 재개한 세계 각국에서 2차 대유행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할 수 있는 모든 방역대책이 동원됐고, 이제부터는 시민의식에 달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자가격리자 지침을 준수하는 등 정부의 방역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에는 예외가 없는 만큼 '나는 안 걸린다'는 무관심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 일상'(위드 코로나 시대)인 지금, 우리 모두가 '생활방역사'가 되어야 할 때다.

생활방역
▲ 울산시 북구 농소공영버스차고지에서 자율방재단 단원들이 시내버스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