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섬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페르시아만의 환경 안보가 중대한 임계점에 도달했다. 최근 동부 해안에서 포착된 5㎞ 길이의 신규 기름띠는 지난주 서측 해역을 뒤덮은 70㎞ 규모의 유출에 이은 연쇄적 사고로, 이란 석유 인프라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란 하르그섬 동부 해역에서 새로운 원유 유출 정황이 포착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 환경 재앙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기반 환경단체 갈등·환경관측소(CEOBS)는 위성 분석을 통해 하르그섬 동부 방류 지점에서 시작된 기름띠가 해안에서 약 700m 떨어진 해상까지 5㎞에 걸쳐 확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주 섬 서쪽 해역에서 발견된 70㎞ 길이의 초대형 기름띠 사태가 수습되기도 전에 발생한 추가 유출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2 위성이 촬영한 최신 영상은 유출된 원유가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양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간 해당 지점에서 유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사태가 단순 사고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곳의 인프라 마비는 국제 유가 변동성을 자극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에 따른 수출 차질이 이란 내 석유 저장 시설의 과부하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출길이 막힌 원유가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인해 노후화된 송유관이나 터미널 시설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면서 물리적 파손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에너지 시장 분석가를 인용하여 "이란이 제재 국면 속에서 무리하게 시설을 가동하면서 유지보수 한계치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자국 시설의 결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리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나 안사리 이란 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유출은 이란 국적이 아닌 외국 유조선이 오염된 평형수를 무단 배출한 결과"라고 단정했다.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당국은 자국 송유관이나 석유 터미널에서는 어떠한 이상 징후도 보고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국제 사회의 조사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이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만 해양 생태계에 가해지는 누적된 환경 압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네덜란드 평화단체 PAX의 빔 즈베이넨부르흐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분쟁이 심화함에 따라 원유 유출 사고의 빈도와 규모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환경적 파괴가 지역 주민의 생존권은 물론 장기적으로 해양 자원의 고갈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이란의 주장이 국제 해사 기구의 규정을 위반한 타국 선박의 소행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평형수 배출을 통한 해양 오염은 공해상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불법 행위 중 하나이며, 이란 해역의 복잡한 항행 질서 속에서 단속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동일 거점에서 두 차례나 대규모 유출이 발생한 점은 이란 측의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향후 페르시아만의 환경 위기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국제적 난제로 확대될 전망이다. 기름띠의 확산 속도와 범위를 고려할 때 인근 국가들의 수자원 확보 및 어업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며, 이는 지역 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란의 인프라 복구 능력과 국제 사회의 환경 감시 체계가 어떻게 작동할지에 주목하며 석유 공급망의 안정성을 재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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