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전례 없는 정면충돌을 일으키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3,000발에 달하는 공격을 막아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이란은 아랍에미리트를 침략의 능동적 파트너로 규정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번 설전으로 인해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는 핵심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하며 폐회했다.
중동의 두 경제 강국인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지역 안보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칼리파 샤힌 알마라르 아랍에미리트 국무장관은 뉴델리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란의 테러 공격 정당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주권 보호를 위한 군사적 권리를 재확인했다. 이는 이란이 아랍에미리트의 이스라엘 밀착 행보를 침략 행위로 규정한 것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풀이된다. 양국의 갈등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중동 전체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으로부터 극심한 군사적 위협을 받아왔음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했다. 알마라르 장관은 공항과 항만, 석유 시설 등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약 3,000발을 방어해냈다고 밝혔다. 특히 해수 담수화 시설과 에너지망 등 민간 생존과 직결된 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규모 방어 실적의 공개는 아랍에미리트의 독자적인 방어 역량과 이란의 공격성을 국제 사회에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법적 논쟁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을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해적 행위이자 경제적 강압의 도구라고 규정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국제 유가와 글로벌 물류망의 안정을 위협하는 이러한 행위는 전 세계적인 경제적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아랍에미리트는 타국의 보호를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 부당한 침략을 억제할 능력을 갖추었음을 강조하며 이란의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
이란 측은 아랍에미리트의 이러한 주장을 이스라엘과의 안보 협력에 따른 배신행위로 몰아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과 맺은 동맹이 결코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비밀 방문을 언급하며 아랍에미리트가 이란을 향한 침략 행위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이란은 아랍에미리트를 이스라엘의 대리인으로 규정함으로써 보복 공격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을 통해 확산된 아랍에미리트의 이란 공습 참여설은 양국 관계를 더욱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초기에는 군사적 대응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아랍에미리트가 실제로는 이스라엘과 공조해 이란 본토 공격에 가담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랍에미리트의 밀착 행보를 배신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러한 안보 공조의 실체 여부는 향후 중동 내 세력 균형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는 이번 중동 분쟁을 둘러싼 회원국 간의 극심한 온도 차를 드러내며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의장국인 인도는 서아시아와 중동 상황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점이 상이하여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브릭스가 서방 세력에 대항하는 결속력을 보여주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특정 국가의 반대로 성명 작성이 무산된 것은 글로벌 사우스 내에서도 중동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란의 주장이 국제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것은 아니며 일각에서는 이란의 주권 방어 논리에 동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라그치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국가가 공동성명을 가로막았으나 해당 국가가 현재 이란의 직접적인 표적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갈등의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이란의 복합적인 외교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간 시설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란의 명분은 국제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 중동 시장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 위협이 상시화되면서 극심한 변동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아랍에미리트의 방어 체계 강화와 이란의 비대칭 전력 운용이 충돌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발 공급망 쇼크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의 설전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풍의 전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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