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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기 위해 설립한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이 공식 활동을 개시하며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조치는 40여 개 항목에 달하는 선박 정보 신고를 의무화하고 향후 통행세 징수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국제 해운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페르시아만 해협청은 18일 공식 엑스(X) 계정을 개설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실시간 업데이트와 관리 권한을 대외적으로 선포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해당 계정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이 즉각 팔로우하고 관련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정부 차원의 공식 기구임을 대내외에 각인시켰다. 이들은 영어와 페르시아어를 병기하여 호르무즈 해협의 최신 전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글로벌 해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엔엔(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미 해운업계에 '선박 정보 신고' 양식을 배포하고 모든 통항 선박의 상세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이 양식은 선명과 식별 번호는 물론 출항국과 목적지, 선주 및 운항사의 국적, 선원 국적, 적재 화물 상세 정보 등 40개가 넘는 항목으로 구성되어 정보 수집의 강도가 매우 높다. 특히 선박의 과거 선명까지 기재하도록 요구한 점은 제재 회피 선박을 색출하거나 특정 국가 선박을 선별적으로 관리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란이 페르시아만 해협청 발족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공식화하고 서방의 영향력을 배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란 측은 모든 선박이 안전한 항행을 보장받기 위해 해당 정보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전 이란 당국에 이메일로 미리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국제 수역으로서의 성격보다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를 우선시하겠다는 이란의 강경한 입장이 행정적 절차로 구체화된 결과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조치가 해협의 안전한 통행 보장과 이란의 국가 안보 및 영토 보전을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임을 강조했다. 그는 "해협 연안국이 항행 서비스와 안전 관리에 대해 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국제법 규정과 관례에 의거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메커니즘 수립을 위해 또 다른 연안국인 오만 정부와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이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 왔다. 이번 해협청 활동 개시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여부를 이란이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통행세 징수를 합법적이라고 규정한 바가이 대변인의 발언은 향후 글로벌 물류 비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반면 국제 해사 전문가들과 서방 진영은 이란의 이러한 일방적 조치가 유엔 해양법 협약상 보장된 '무해통항권'을 정면으로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 물류 전문가는 "특정 국가가 국제 수로에서 광범위한 정보를 강제로 수집하고 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전례 없는 시장 교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국가 안보와 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해협 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와 물류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통제권 강화가 실질적인 선박 차단이나 나포로 이어질 경우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퍼센트가 지나는 핵심 동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란의 새로운 신고 절차에 대응하는 동시에 대체 경로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페르시아만 해협청의 공식 활동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행정적 영역으로 확장시킨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란과 오만의 실무 협의 결과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규칙이 재편될 수 있으며 이는 곧 국제 해운 질서의 판도 변화를 의미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이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에너지 안보 차원의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