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지자체 당선인들이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실무형 인수위원회 가동에 일제히 돌입했다. 기존의 방대한 조직 구성을 지양하고 20명 내외의 전문가 집단이나 소규모 준비팀을 꾸려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부산과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임 시정의 대형 사업 존폐를 두고 고강도 검증을 예고하며 시정 교체기의 대대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민선 9기 당선인들이 효율성과 실무 중심의 행정을 강조하며 과거의 관행을 탈피한 인수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1개 팀 정도의 소규모 조직이나 전문가 위주의 정예 요원을 배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당선인들이 취임 초기부터 행정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민형배 당선인은 선거 직후인 지난 4일 가장 빠르게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며 통합특별시의 기틀을 잡기 시작했다. 명칭을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로 정하고 과학기술과 시민주권 등 7개 분과에 걸쳐 전문가 20명 체제를 구축했다. 위원장에는 반도체와 첨단산업 전문가인 정은승 전 삼성전자 사장을 영입하여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민 당선인은 인수위 사무실을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마련하며 지역 간 균형 발전에 대한 상징적 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는 오해를 피하고 통합의 상징성과 균형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빛가람혁신도시는 한국전력 이전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설립 등 전남과 광주의 상생 협력이 결실을 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구와 울산 등 영남권 당선인들은 관료 출신과 실무자 위주의 미니 인수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인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외부 인사 참여를 최소화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할 방침이다.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 역시 기존 인수위원 직함이 초래하는 폐해를 경계하며 1개 팀 정도의 소규모 실무 조직 구성을 검토 중이다.
부산에서는 전임 지방정부가 추진해 온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다음 주 중 인수위 구성을 발표하고 해양 수도 완성을 위한 핵심 사업들을 점검한다. 부산형 차세대 급행철도 사업과 이기대 퐁피두 미술관 분관 건립,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 등이 검증 대상에 올랐다.
특히 예산이 이미 확정되어 추진 중인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은 북항 돔구장 건립 공약과 충돌하며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체 구장 리모델링 사업 등 기존 계획과의 상충 여부를 면밀히 따져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세종시 조상호 당선인은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시 재정 상황 파악을 지목하며 고강도 예산 검증을 예고했다. 조 당선인 측은 인수위 가동을 앞두고 시청 정책기획관이 맡던 인수위 간사를 특정 국장급 인사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인사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선 8기에서 집행된 예산의 적절성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전임 시정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당선인들은 도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오는 10일을 전후해 인수위의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며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도정의 확충과 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인 역시 다음 주 중 인수위를 구성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한 공약 구체화 작업에 나선다.
충남과 전북 등지에서는 미래지향적인 명칭을 도입하며 차기 도정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은 담대한 설계 위원회나 새로운 시선 위원회 등의 명칭을 검토하며 8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은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에 사무실을 차리고 도민 주권 도정을 기준으로 기존 시스템의 운영 체계를 전면 검토하기로 했다.
대전과 제주에서도 차기 도정 출범을 위한 실무 논의와 조직 구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은 박정현 국회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여 9일부터 옛 충남도청에서 공약 구체화 작업에 들어간다. 위성곤 제주지사 당선인도 다음 주 중 조직과 규모를 확정하고 민선 9기 제주도정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연임에 성공한 박완수 경남지사는 행정의 연속성을 고려하여 인수위 대신 민선 9기 준비팀 형태의 소규모 조직 운영을 검토 중이다. 선거 캠프와 실무 부서 간의 논의를 통해 공약을 도정 과제로 신속히 전환하여 시정 공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연임 단체장만이 가질 수 있는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수위 규모의 지나친 축소가 정책 검증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수조 원대의 예산과 수많은 현안을 소수 인력이 파악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실무형 조직이라는 명분이 자칫 전임 정부의 실책을 파헤치는 보복성 검증이나 졸속 정책 수립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한 달간 각 지자체 인수위는 공약의 우선순위를 확정하고 민선 9기의 4년 로드맵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임 시정과의 정책 충돌과 인사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초기 시정 동력 확보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 당선인이 제시한 실무형 조직이 실제 행정 효율로 이어질지 지역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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