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치료' 가면 속 마약: 국민 10명 중 4명 '오남용' 전면전

'치료'라는 면죄부 아래 2025년 2천20만명이 처방받은 의료용 마약류가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2026년 7월 1일 정부가 '의료용 마약류 특별감시단'을 출범하며 '오남용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의사 실형, 반포대교 사고, 법적 무죄 판결까지 이어지는 현실은 여전히 엄중한 과제를 던진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의 심각성은 최근 잇따른 충격적인 사건들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6월 30일, 부산지법은 프로포폴과 케타민을 오남용한 의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의 환자 중 한 명은 지난 3월 숨진 채 발견됐고, 또 다른 간호조무사 환자 역시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는 등 비극적인 결과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간호조무사가 불법 반출한 프로포폴을 투약한 운전자가 반포대교에서 추락 사고를 일으켰으며, 이 사건으로 해당 약물을 공급한 성형외과 원장이 구속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식약처는 7월 1일부로 '의료용 마약류 특별감시단'을 공식 출범하고, 오유경 식약처장이 직접 나서 '오남용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식약처는 올해 상반기에만 의료기관 28곳을 적발했으며,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 처방하거나 셀프 투약한 의사 3,923명을 추적 관찰하며 집중 관리 중이다.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오남용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감시망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25년 한 해 동안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무려 2천20만명에 달한다. 이는 국민 10명 중 4명꼴로, 2021년 대비 7.2%나 증가한 충격적인 수치다. '치료'를 명분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의료용 마약류가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치료' 가면 속 마약: 국민 10명 중 4명 '오남용' 전면전
[사진=연합뉴스]

오남용 실태는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과거 연예계에서는 배우 유아인씨가 프로포폴, 케타민, 미다졸람, 졸피뎀 등 여러 종류의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처방받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하정우씨 역시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벌금 3천만원을 내는 등 고위층의 오남용 사례가 세간의 공분을 샀다. 최근 롤스로이스 차량 운전자의 약물 운전 사고 등 일반인들의 오남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의사 A씨 사례와 같이 의료진 본인의 오남용이나 간호조무사 등을 통한 불법 반출까지 겹쳐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법적 사각지대다. 페티딘과 같은 위험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이 페티딘을 오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 공백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사례는 충격을 안겼다. 의사 A씨가 프로포폴·케타민 오남용으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결과이다. 이는 '의료용'이라는 명분이 법적 처벌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현행 법률의 모호성이 오남용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부의 '전면전' 선포에도 불구하고 '의료용'이라는 명분과 법적 사각지대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현실은 여전히 엄중하다. 박준영 회장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법률적 모호성을 해소하고 다층적인 종합 규제 및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 단순히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의료 현장의 책임성을 높이고 처벌을 강화하며, 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사회

정치/사회

경제

국내 증시

부동산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