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2세 경영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세기 동안 기업을 이끌어왔던 창업주들은 2세들에게 경영권을 맡기며, 기업의 한 차원 높은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60년대 설립된 오뚜기, 삼양식품, 매일유업, 농심 등은 모두 2세 경영체제로 바뀌었다.
새로운 후계자들의 고민은 모두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아 선대의 기업을 어떻게 성장 시킬 것”인지다. 창업주의 훌륭한 경영으로 50년 가까이 기업이 성장돼 왔으나,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 식품업계 기업이 전년대비 2개 회사가 늘어난 11개 회사로 증가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2005년에는 1조 돌파 기업이 CJ제일제당·농심·대상·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 등 5개 회사에 불과했던 것을 떠올리면 괄목한 성장이기 떄문이다.
그러나 식품업계 상위 10대 기업의 5년간의 실적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체적으로 외형은 성장했으나 이익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식품업체들은 신성장동력을 찾는데 혈안이다.
대우증권 백운목 연구원 역시 “지난해 식품업계 성장은 물품 가격 상승으로 말미암은 것이지 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올해는 더이상 식품 가격의 상승 계획이 없을뿐더러, 물량 증가도 힘들기에 올해 식품 업계 성장은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2세 경영진 체제를 구축한 식품업계 기업들은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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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경영혁신을 주도하며 10년전 식품업계 10위였던 오뚜기를 4위로 끌어올렸다. |
함 회장은 2000년 취임 당시 식품업계 10위권인 오뚜기를 현재 업계 4위까지 끌어올리며 성장을 이끌어 오뚜기의 경영혁신 운동을 주도함은 물론 끊임없는 기술투자와 신제품 개발을 통해 국내 식품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 각종 먹거리 파동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카레가 건강식품·항암식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간 20% 이상의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오뚜기는 매출 1조3639억 원, 순이익 608억 원을 거뒀다.
이 같은 성장으로 오뚜기는 식품업계 매출순위로 라면이 주인 농심(2위)과 식재료 전문기업인 삼양사(3위)를 제외하면 CJ제일제당으로부터 '가장 위협적인 업체'로 꼽히고 있다.
함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글로벌 경영 뿐만 아니라 올해 환경 경영, 고객중심 경영 등을 통해 고객의 인식 속에 '오뚜기'라는 세 글자를 명확히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냉동식품 통합브랜드 '스노우밸리'를 론칭하며 냉동식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또한 오뚜기는 경영진 교체 뿐 아니라 창립 40년 만에 사옥을 매입하며 올해를 '글로벌 식품회사 도약 원년'으로 삼았다. 향후 오뚜기는 카레를 활용한 웰빙형 제품 개발 및 보급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함태호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회사 지분구조를 보면 함 명예회장(지분율 17.46%)에 이어 함영준 회장이 2대주주로(16.83%)로 있다(2009년 12월 31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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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은 이후 50년을 내다보며 ‘재창조·새로운 활력’을 화두로 제시했다. |
전인장 회장은 1990년대 초반 영업담당 중역을 시작으로 경영관리실과 기획조정실 사장을 거쳐 삼양식품 부회장을 지냈다. 삼양식품의 경영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기업 대내외적으로 괄목할만한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회장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도 전년대비 6.8% 증가한 298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1961년 창립돼 50여년간 면·스낵·장유·유가공 등을 생산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한 삼양식품의 새로운 50년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그의 화두는 '재창조'와 '새로운 활력'.
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창업 이래 지켜온 '정직'과 '신용'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계승하겠다"며 "올해는 신사업 진출 및 신제품 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영업활동과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창달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중윤 명예회장은 1970년대 초 강원도 고원 지대인 대관령에 600만평의 초지를 조성해 대관령목장을 개척하고 라면스프용 소고기와 우유 유제품을 생산했다. 한때 우지사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아냈고, IMF 당시 화의 경영도 돌파하며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올해 91세로 현역 최고령 경영인인 전 명예회장은 앞으로 독서와 집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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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은 2012년 매출 1조 6천 억 원 및 식품업계 10위권 진입 목표로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창업주 고 김복용 회장의 3남1녀 중 장남인 김정완 회장(53, 57년생)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N.C.Weslyan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86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관리와 재무부문을 총괄한 뒤 2008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왔다. 현재 김 회장은 매일유업을 비롯한 유아동 전문기업 제로투세븐과 와인 전문회사 레뱅드매일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차남 김정석 부회장(51, 59년생)은 경희대학교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경영지원본부·특수사업부 부장 등을 거쳤다. 1996년에는 식자재 유통회사 ㈜복원을 설립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1969년 설립된 매일유업은 오는 2012년까지 총 매출 1조6000억 원, 국내 식품업체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해외 사업을 비롯해 외식사업, 영·유아복 사업 분야 등 신규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30%까지 확대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 및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위해 기존 중동 및 중국에서 축적된 역량을 활용, 2012년까지 베트남 해외진출을 기반으로 중남미·동남아 일대의 신흥시장 발굴 및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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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내수 중심인 농심을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
신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으며, 79년 농심에 입사해 재경·구매·기획·마케팅·국제업무 등 전 분야를 두루 거쳤다. 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2000년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신 부회장은 농심을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신동원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대표 선임은 2세 경영 강화라기 보다는, 전문 경영 강화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며 "현재 이 대표이사가 농심 내 대외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5년간 농심의 매출액과 당기 순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경영을 더욱 강화할 필요는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농심의 제품은 미국·아시아·유럽 등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올해는 동남아 및 유럽지역까지 국외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스낵시장에 국한되던 건과사업 부문을 프리미엄 제과시장으로 확대했으며, 막걸리 등 주류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