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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해협 개방 원칙 합의에도 중국은 호르무즈 규탄 결의안 거부 시사

재경 외신부 기자
미중 정상 해협 개방 원칙 합의에도 중국은 호르무즈 규탄 결의안 거부 시사
©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이 종료된 직후 중국이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결의안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은 결의안의 시기와 내용이 모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국제적 압박보다는 당사자 간 선의에 입각한 협상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백악관이 발표한 양국 정상의 해협 개방 유지 합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틀간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직후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미국의 결의안이 현 단계에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언은 미중 양국이 해협 개방 상태 유지에 동의했다는 백악관의 공식 발표와 충돌하며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푸 대사는 유엔 전문 온라인 매체 패스블루와의 인터뷰에서 결의안의 내용이 적절하지 않으며 시기 또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필요한 것은 양측이 진지하고 선의에 입각한 협상에 임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강제적인 결의안 통과가 오히려 이란을 자극하여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직후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와 항로 내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반드시 개방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이행 단계인 안보리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중국은 실질적인 압박 조치에 동참하기를 거부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과정에서 해협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며 중국 외교부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최근의 이란 관련 분쟁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강경 노선에 우회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전략적 계산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과 바레인 등 걸프 국가들은 지난 5일 이란의 해협 내 공격 및 기뢰 부설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이 결의안은 국제 해상 물동량의 약 20퍼센트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미국의 핵심 외교 과제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결의안 처리는 다시 난항에 부딪혔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동 내 자국의 영향력을 보존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란과의 긴밀한 에너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규탄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전략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미중 관계의 파국은 피하면서도 실무 차원에서는 미국의 중동 정책을 견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중동 지역 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강화하여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력 충돌이나 고강도 제재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강조함으로써 지역 내 국가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이러한 태도는 국제 해상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이 원칙적 합의에는 도달했으나 세부 실행 방안에서는 여전히 깊은 간극을 확인했다고 평가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거부권 시사가 미국의 중동 외교 장악력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분석하며 향후 안보리 내 진통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해운 업계와 에너지 시장은 미중 간의 엇박자가 초래할 물류 대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은 곧바로 원유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 하겠으나 중국의 협조 없이는 실효성 있는 제재안 마련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며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결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단일대오 형성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 질서의 안정보다는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중국의 행보가 국제 사회의 공조 체제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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