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호황기 때는 배당액과 급여를 대폭 올리며 `돈 잔치'를 벌이다가 자금 사정이 급해지면 국민 혈세에 의존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탓에 여론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던 은행권이 최근에도 수익이 줄어들자 가장 먼저 사회공헌비부터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막대한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을 늘린 은행들이 `탐욕 관행'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국민·하나·외환 등 시중은행 4곳의 올해 사회공헌활동비 예상 액수는 2317억원으로 2009년 5554억원의 41% 수준에 불과하다. 3년새 약 60%가 줄어든 셈이다.
하나·외환은행의 사회공헌활동비는 2009년 2864억원에서 2010년 856억원, 지난해 881억원, 올해 예상 액수 857억원으로 내려왔다.
우리은행은 2009년 1765억원에서 2010년 699억원, 지난해 578억원으로 각각 급감했다. 올해 예상 액수는 61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다.
국민은행은 2009년 1317억원에서 2010년 628억원, 지난해 858억원, 올해 예상 액수 850억원 등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예상 액수를 아직 산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 사회공헌활동비가 2009년 1765억원→2010년 947억원→지난해 673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다만 올해는 학력차별 신용대출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탓에 사회공헌비가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은행이 사회공헌활동비를 줄인 것은 저금리 기조와 예대금리차 축소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12.5%) 줄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01%포인트였던 은행 예대금리차가 올해 3분기 2.75%까지 좁혀진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 수익성이 악화일로에 있다. 수익이 줄어들면 광고비와 사회공헌비를 가장 먼저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장이 잠시 주춤했다는 이유로 사회공헌비부터 줄인 것은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해온 고질적인 병폐가 재현된 꼴이기 때문에 사회공헌활동비를 대폭 줄인 은행권에 대해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