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경제개혁연대의 'GS건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에 대한 감리요청'에 대해, 감리에 착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금감원은 경제개혁연대가 GS건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점과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GS건설에 예상보다 긴 소명기간을 주었고, 결국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사항은 '공시자료 분석에 기초한 것으로서 이것만으로는 감리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감리에 착수할 수 없다'는 감리 미착수의 형식적 사유만을 통보했다.
경제개혁연대는 GS건설이 해외 플랜트 공사에 관한 원가율의 변경으로 올 1분기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공시한 것과 관련, 지난 1년간 매분기 10% 이상의 증가를 보여준 특정 해외 플랜트 공사의 진행율이 1분기 들어 감소한 점, 이러한 공사진행율의 감소는 공사예정원가의 대폭적인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공사예정원가의 증가를 나타내는 플랜트 부분의 미청구 공사액이 2011년 12월 이후 급격히 증가한 점 등에 비추어 GS건설도 예정원가의 증가를 사전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GS건설이 특정 해외플랜트 공사에 관해 예정원가의 변경을 즉시 반영하지 않은 것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GS건설의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을 분석해 추정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의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되어 온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의혹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금감원은 특별감리를 통해 해당 의혹을 조사해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했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GS건설 측의 해명을 바탕으로 특별감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의혹을 제기한 경제개혁연대에는 이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사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유가증권 발행 기업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불특정 다수 거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주요 책무임을 감안하면, 이번 금감원의 결정은 자본시장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기는 커녕 의혹을 방치하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무책임한 태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금감원은 경제개혁연대의 감리요청에 대해 '공시자료만을 분석한 것'은 감리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5조(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업무 등) 및 동법 시행령 제8조는 회사의 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사실이나 혐의가 있는 경우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보고서의 감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사유는 '외부감사 및 회계에 관한 규정' 제48조에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이나 검찰의 조사의뢰 요청이 아닌 경우, 회사 관계자 및 이해관계인 등이 위반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관련 증빙자료와 함께 제보한 경우에 한해 감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을 문구 그대로 해석한다면 회사 내부자가 아닌 외부에서는 해당 회사의 공시자료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으므로, 상기 감리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리요청을 하는 목적이 권한 있는 감독당국으로 하여금 해당 회사의 감사조서를 검토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조치하라는 것인데, 그 요건 자체를 까다롭게 규정하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상 내부고발자 이외의 감리요청에 대해서는 감리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감리규정은 합리적인 사유 없이 시장참여자의 정보접근 권한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감리요청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적시한 결과를 통지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당국의 태도와 의지다. 피감기업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투자자의 권익은 등한시하는 감독당국의 태도 하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될지, 나아가 자본시장의 발전이 이루어질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문제를 숨기는데 급급한 감독당국의 태도가 문제를 더 키우는 근본 원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