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주요 시중 은행에서는 반드시 전셋값 잔금을 치르기 이전에,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내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은 앱 등 비대면 방식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고, 반드시 은행 창구에서 신청해 심사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전세자금대출 신청도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전세자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실수요가 아닌 것으로 의심되거나 투자 등 다른 곳에 유용될 가능성이 있는 나머지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는 셈이다.
▲입주 후 3개월 내 전세자금대출 없어진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들은 지난 주말 비공식 간담회를 열어 전세자금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전세자금대출과 관련해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큰 만큼, 주요 시중은행들이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해 지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5대 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새 관리 방안을 오는 27일부터 실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우선 임대차(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안에서 대출 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 뜻이다.
이 방식의 규제는 이미 지난달 29일 KB국민은행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하나은행도 이달 15일부터 같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에서는 아직 전셋값 증액분 이상의 전세자금대출도 가능한데, 이제 이들 은행도 일제히 전세자금대출에 같은 한도를 두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 신청이 가능한 시점도 크게 바뀐다.
현재 은행들은 신규 임차(전세)의 경우, 입주일과 주민등록전입일 가운데 이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면 전세자금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다른 곳에서 돈을 융통해서 일단 전셋값을 내고 입주한 뒤 3개월 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반드시 잔금을 치르기 전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은행들은 1주택 보유자의 비대면 전세대출신청도 막기로 했다. 따라서 1주택자는 꼭 은행 창구에서만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지방은행 등 다른 은행들의 경우 해당 규제의 실행 여부나 시점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예정이지만, 상당 수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은행권의 전망이다.
무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에도 실수요가 아닌 경우가 섞여 있는 만큼, 은행들은 완전히 막지는 않더라도 대면 창구를 통해서만 신청을 받고 면밀히 심사할 방침이다.
현재 비규제 지역과 조정대상 지역의 시가 9억원 이하 한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전세자금대출도 받을 수 있다.
5대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은 작년 말 105조2천127억원에서 14일 현재 121조9천789억원으로 15.94%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