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호텔신라가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 중인 커피·베이커리 카페 '아티제'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다른 재벌기업도 제빵 사업에서 철수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벌가문 3세가 운영하거나 지분을 가진 빵집은 이번에 철수를 결정한 '아티제' 외에 '아티제 블랑제리',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의 '포숑',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달로와요' 등이 있다.
호텔신라는 이날 아티제 사업 철수와 함께 '아티제 블랑제리' 지분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호텔신라는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와 함께 만든 제빵업체인 '아티제 블랑제리'에 지분 19%를 투자했다. '아티제 블랑제리'는 지분의 80% 이상을 갖고 있는 홈플러스가 매장에서 '샵인 샵' 형태의 제빵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어 아티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동네빵집을 위협하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 홈플러스 자체가 골목상권을 고사시키고 있는 대형유통업체이기는 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갑자기 19%의 지분을 처분한다고 밝혀 현재로선 지분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아티제 블랑제리는 홈플러스 계열사로서 아티제와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외손녀인 장선윤씨의 '포숑'은 지난해 5월부터 단계적으로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 등 대형 점포에 단계적으로 입점해 9월까지 12개 점포에 입점했으나 이후 단계적으로 철수해 현재 서울 본점과 잠실점, 영등포점, 노원점, 부산 본점, 대구점, 분당점 등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그룹이 포숑의 영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며 거리를 뒀고,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포숑이 한때 12개 점포까지 확대했지만 영업이 잘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매장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숑의 단계적 철수는 대기업 자제의 빵집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부사장이 2대 주주로서 지분 40%를 가진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빵집 브랜드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를 운영하고 있다.
데이앤데이는 이마트 118개 매장에 입점해 빵을 판매하고 있고, 달로와요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등 10개 점포에 입점해 있으며, 베키아에누보는 본점과 센텀시티점 등 6개 점포에서 영업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데이앤데이와 달로와요 등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매장에서만 영업해 로드샵에 진출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획이 전혀 없어 대기업 골목 빵집 진출 등 이슈와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빵집은 아니지만 대명리조트로 유명한 대명그룹도 2009년 퓨전 떡볶이점인 '베거백'을 강남과 목동, 홍천비발디파크 등 세 곳에서 운영했으나 지난해 10월 강남, 목동에서는 철수했다.
대명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애초부터 골목 상권을 침해할 생각은 없었다. 떡볶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차 국내에서 잠시 사업을 했을 뿐이며, 앞으로도 국내 매장을 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신라의 철수를 시작으로 재벌 딸들이 제빵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공생발전 및 동반성장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실제로 '동네 빵집'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곳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과 '뚜레쥬르'를 운영하고 있는 CJ그룹이어서, 이들 기업의 앞으로 움직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3200여개 매장, 뚜레쥬르는 1400여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 제과점의 폐업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지난 2003년 초 전국에 약 1만8천개에 달했던 점포 수가 지난해 말에는 4천여 곳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8년만에 무려 78%가 감소한 것이다. 동네빵집 10곳 중 8곳은 망해서 문을 닫은 것이다.
이에 반해 대표적인 대기업 제과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점포 수 3천개를 돌파하는 등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에만 매장 300여개를 여는 등 지난 1986년 출점 이후 연평균 120개씩 점포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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