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태훈 기자]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신용불량 경험자와 개인회생 및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연대에서 최근 한국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신용불량자'들을 위해 온·오프라인 '희망학교'를 개설해 화제다.
서민경제 회복연대(대표자 아르뫼) 측은 지난 18일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 절차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파산 신청 접수'에 관한 복잡한 절차를 연대와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희망학교'를 열고 교육생 모집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벌써 희망학교 3기생을 모집하고 있는 '서민경제 회복연대'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측에 2008·2010·2011년 연속 우수카페로 선정됐던 '신용불량자클럽'의 6만여 회원들이 주축이 돼, '법(제도), 금융(신용불량·연체·파산·회생 등), 사회(인권·복지)에 대해 연구·토론하며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 소규모 공동체.
희망학교 주요 수강내용은 ▲1주차 - 부채증명서 발급 ▲2주차 - 개인서류 발급 ▲3·4주차 - 신청서 작성 ▲5주차 - 법원접수완료 ▲5주차 이후 - 사건 관리 및 채무해결 이후 상황에 대한 준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용불량자인 교육생들은 우선 학교 운영진의 공지에 따라 정시에 교육장소로 등교해 서류신청을 위한 기초강의를 이수한 후 본격적으로 수강에 들어가게 된다.
해당 희망학교에서는 수강과정 중 오프라인 참석은 3~4회 정도 진행되며, 그 외 모든 과정 진행은 교육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온라인에서 개별상담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히 희망학교는 신용불량자들의 형편을 생각해 수강료를 받지 않으며 파산 관련 안내책자도 무상으로 지급한다.
연대 측 관계자에 따르면, 희망학교는 현재 지난해 2기까지 수강한 총 교육생의 절반이 면책결정을 받아낸 상태.
자신을 '2기생'이라 밝힌 한 회원은 모집공고 댓글에서 "저는 (해당 희망학교 교육에 참가해) 2011년 11월 18일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2012년 5월 30일 파산선고 후 관재인 면담 끝나서 2012년 8월 채권자 집회일 기다리고 있다"며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도 용기가 없고 (신용회복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주저 말고 신청하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2기 교육생은 "나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대전에서 서울로 다니며 운영진분들 도움으로 지금은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을 기다리고 있다"며 "요즘은 예전(1기)보다 빨리 진행이 되는지 5개월 조금 지났는데 파산 확정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연대 관계자는 희망학교 모집공고를 통해 "그동안 '나홀로 신청'은 온라인이나 정기모임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순수하게 홀로 준비하고 진행해야만 했다"며 국내 신용불량자들의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서민경제 회복연대 소속) 회원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기 위해 파산이나 개인회생 신청에 관한 모든 진행절차(서류준비·법원접수·사후관리)를 서민경제회복연대와 한 단계 한 단계 함께 준비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며 "면책을 받는 차원을 넘어 면책 이후의 삶까지도 준비할 수 있는 학교를 준비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고 학교설립배경을 밝혔다.
이에 신용평가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정부가 나서서 신용불량자들의 면책과정을 섬세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한탄했다.
지난 4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6월말 한 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다중채무자는 380만명(국내 경제활동인구 2458만5000명의 16%)에 육박하며 이중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은 10만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다중채무자수는 2009년말(350만명) 이후 전년(370만명)에 이어 쾌속 상승하고 있어 서민경제는 날이 갈수록 위태롭기만 하다.
앞서 민주주의교육연구센터 최장집 박사(고려대 정경대 명예교수)도 지난달 경향신문 28일자 31면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에서 "제도권 밖에 이리저리 흩어져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 있는 신용불량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면서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며 "게다가 금융 관련 문제는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포괄하고 있어 전문가 아닌 보통사람들이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내기도 어렵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는 또 당시 기고문에서 "다양한 성격의 광범위한 일반 소비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들을 공통의 정치적 요구를 갖는 하나의 사회집단으로 조직해서 목소리를 갖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희망학교가 신용불량자들이 넘쳐나는 서민경제 회복에 또 다른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밖에 이번 희망학교 수강신청은 이달 30일까지 서민경제 회복연대 웹페이지(cafe.daum.net/credit)의 '희망학교 수강신청' 게시판에서 가능하며, 연대는 내달 9일 최종선발된 수강생을 발표한 뒤 7월 14일부터 첫 강의를 시작해 8월말경 법원접수를 마치고 사후관리에 들어가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