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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新기술 무장·전략적 제휴로 해외 건설시장 공략

지난 4일 SK건설이 카타르에서 3천400만달러(약 380억원) 규모의 통신 시스템 구축 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하며 고부가가치산업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공사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95㎢ 서쪽에 위치한 두칸(Dukhan)유전지대’에 정유 및 석유화학 시설 간 통신 시스템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SK건설은 통신 산업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노후화된 통신 설비를 교체하고, 또 각 시설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전체 시설의 보안강화 및 유기적 관리를 위한 첨단 IT 시스템을 새롭게 설치할 예정이다.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앙관제 센터에 서버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전지대에 산재해 있는 각 시설들과 파이프라인 등에는 CCTV, 방송설비, 유선전화망 등을 설치하게 된다.

SK건설 관계자는 “이번 수주의 의의는 통신 산업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플랜트 EPC(설계,구매, 시공) 분야의 성과를 기반으로 건설시장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이라며 “플랜트 분야에서 대규모 통신설비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분기점이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는 플랜트 시설 내 그리고 시설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공사로 우수한 기술력이 없으면 수주하기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특히 중동의 쿠웨이트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시설을 시공한 SK건설의 경험이 이번 단독 수주의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 기본설계분야에 안착… 내실 다진다


SK건설은 올 상반기 해외에서만 13억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기업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 기술적 우위를 선점한 화공플랜트 분야뿐만 아니라 토목·건축 등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존 시장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던 화공플랜트 분야의 경우 전통적 발주처인 중동지역에서 수주를 계속하고 있고 신규 시장 개척 및 개발형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것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지난 3월 에콰도르에서 하루 생산량 30만배럴 규모의 ‘마나비(Manabi) 정
유공장 신설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를 단독으로 수주하며 글로벌 일류기업과의 기술력 경쟁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부동산연구원의 김종일 연구원은 “원화로 3천200억원 규모의 마나비 정유공장 신설프로젝트를 SK건설이 수주한 것은 기본설계 분야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며 “기본설계는 공정의 기초가 되는 핵심 부분이면서 지식 중심의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미국·유럽 등의 선진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본설계 분야는 선진 일류기업들 조차 기술력을 축적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높은 시장진출의 벽을 허물고 기본설계 분야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SK건설의 힘은 그간 쌓아온 기술력에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대형프로젝트인 마나비 정유공장의 기본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회사는 국내는 물론 세계 건설시장에서도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서 SK건설이 이번 마나비 정유공장의 기본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글로벌 수준의 엔지니어링 및 초대형 프로젝트 관리(MPM)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 통신에서 친환경까지…新기술로 무장

기본설계 분야에 안착한 SK건설의 또 다른 무기는 신(新)기술을 밑천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계속 창출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통신설비 영역을 선점한 SK건설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무기로 대규모 통신 설비 영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SK건설이 카타르 건설시장에 신규로 진출하며 중동 지역의 새로운 거점을 확보하게 돼 사업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SK건설은 카타르에서 초대형 원유정제 플랜트 신설 공사 등이 예정돼 있어 추가 수주를 목표로 시장 개척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K건설 관계자는 “SK건설은 기존의 우수한 통신 분야 실적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라며 “카타르 통신구축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신 시장 개척에 박차를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첨단 기술개발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 터널과 지하 공간의 설계 및 시공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저탄소 공법이 중요한 요즘 SK건설이 개발한 ‘수펙스 컷(SUPEX-CUT)공법’은 소음 및 진동이 적어 대표적인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수펙스 컷 공법은 일본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특허를 획득해 최고 수준의 터널발파기술을 인정받고 있다”라며 “이런 신(新)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인도 망갈로르에 이어 올해 1월 인근 지역인 파두르에서 고도의 기술력과 시공 경험이 요구되는 지하비축기지 건설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3천600억원 규모의 건축 공사 또한 SK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절감 특화 설계와 기술·유비쿼터스 설계기법을 적용해 친환경 고급 주거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해외공략, 전략적 제휴로 역량 집중

전문가들은 이처럼 SK건설이 해외시장을 통해 내수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밑천은 SK에너지,SK가스 등 SK그룹의 에너지 관련 관계사들이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건설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개별기업만이 노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하며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해외시장 공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SK건설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건설 관계자는 해외시장 공략 전략에 대해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선을 그으며 발주되는 사업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직접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해당 국가나 기업에 제안해 개발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해외시장 개척 전략을 바꿀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이런 SK건설의 전략적 제휴가 잘 드러난 사례로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을 손꼽고 있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발전소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서부발전과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편 안정적인 수주물량 확보 및 수익창출을 담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것.

아울러 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 수주한 9억5천만달러 규모의 대형 아로마틱 플랜트 공사 또한 프로젝트 기획 및 추진 단계에서 발주처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덕에 공사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SK건설만의 전략적 제휴에 의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SK건설의 해외시장 진출 모델은 선택과 집중,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기회 창출로 요약된다”라며 “국내 건설사들 또한 SK건설의 해외시장 공략 전략을 모델로 시너지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