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분위기에 신난 것은 한국 사람들 뿐만이 아니다. 춘제(春節·설)를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방문객들 역시 양 손에 쇼핑 가방을 가득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명동과 종로, 신촌 등 서울의 번화가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 찬 것은 이미 놀라운 일이 아니다. 거리에서 중국말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익숙하고 매장 점원들도 능숙하게 중국어로 접객을 한다. 올해 춘제 기간에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수는 약 10만 명으로 추정된다.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상당한 편이고, 연휴의 길이도 1주일 정도로 길어 번화가에 위치한 매장은 '유커 특수' 대목을 기대하고 있다.
유커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은 패션용품과 화장품, 고가 명품 등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육아용품과 주방가전 등이 추가되며 소비품목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커의 주된 연령층이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를 말하는 '바링허우(80後)'로 이동한 결과다.
14 일 KDB대우증권이 중국 최대의 인터넷 여행예약 사이트인 씨트립(Ctrip·携程)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으로의 중국 여행객 가운데 바링허우는 60%나 됐고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도 20%나 됐다. 주로 20~30대 연령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젊은 세대가 경제력을 갖게 된 것이 중국여행객의 수가 늘어난 이유로 보고 있다. 이러한 세대 변화와 함께 자유·배낭여행객도 전체의 절반 수준까지 늘었으며, 여행객 중 여성의 비율도 높아졌다. 현재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의 70%는 여성이다.
최홍매 대우증권 연구원은 "젊고 여성 비중이 높다는 것은 유행에 민감하고 쇼핑을 좋아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패션, 화장품,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시계 등 고가품 외에도 육아용품, 주방가전이 쇼핑리스트에 추가됐다"며 "이들이 출산·육아 시기에 접어들면서 어린이용품에 대한 구매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유아용 의류와 피부관리 제품, 캐릭터상품, 전기밥솥, 주서기 등이 잘 팔리는 품목에 들었다.
한국산 유아용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안전성에 대한 신뢰, 주방가전은 한류 드라마 등을 통해 노출된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품질이 각각 구매 동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연구원은 "중국 미디어의 보도로는 중국인들이 한국여행에서 소비하는 1인당 금액은 2013년 기준으로 232만원이며, 이는 유럽·미국의 149만원, 동남아의 115만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라고 전했다.
또 세계관광도시연합회(WTCF)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인의 해외여행 소비 '톱5 도시' 중에 서울이 스위스 취리히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커들의 방한 소비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한국여행 인기가 지속되면서 중국 미디어, 유커 개인 블로그, 카페 등에서도 구매 필수 품목을 추천하고 있다"며 "의류, 화장품, 홍삼, 휴대전화 액세서리, 김치, 김 등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춘제 연휴인 18일부터 24일까지 방한 중국인은 12만6천명으로 작년 춘제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