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및 전력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2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천연가스 시장에 공급 부족으로 유럽 에너지 경색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가스관이 있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이 주둔하면서 가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에너지 시장 동향을 다루는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의 내년 1월 물 가격은 21일(현지시간) ㎿ h(메가와트 시) 당 165유로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1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TTF 무역 허브의 가스 가격은 60$/백만 BTU를 기록했다. 유럽 가스 가격은 이달 두 배로 뛰었으며 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스 가격의 약 15배 수준이다.
AFP 통신은 가스 가격이 이날 오후 한때 전날보다 20%가량 높은 ㎿ h 당 175유로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벤치마크인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섬(therm· 영국 열량 측정 단위) 당 400펜스를 돌파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는 주요 가스 수송로인 야말-유럽 가스관의 공급 중단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자국과 독일을 직접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승인이 안보 문제로 지체되는 상황에서 유럽행 가스를 서서히 줄여왔다.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 및 기후 담당 이사인 헤닝 글로이스타인(Henning Gloystein)은 "공급 부족으로 인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대중의 불안이 커질 위험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전의 발생이다"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인 카렌 돈프리드(Karen Donfried)는 이날 기자들과 통화에서 "미국은 노르트 스트림-2를 유럽과 대서양 공동체의 국가 및 에너지 안보를 훼손하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돈프리드(Donfried) 차관보는 미국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새 독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중대한 손실을 끼치는 '퍼펙트 스톰' 양상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천연가스 부족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 풍력 생산 차질, 추워지는 날씨도 악재로 지목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연료인 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럽 전역에 전력 가격도 같이 오르고 있다.
영국은 21일(현지 시각) Epex Spot 거래소에서 안정적 전력이 메가 와트-시간당 340파운드(약 450달러)로 거래됐다. 이는 1년 평균 전기 요금의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오른 가스 가격이 영국 및 여러 유럽 국가의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베스텍(Investec) 증권사의 마틴 영(Martin Young) 애널리스트는 최근 내년 초 에너지 가격 조정안이 발표될 때 에너지 요금이 50% 이상 인상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최근 프랑스에서 3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추가 폐쇄되면서 전력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수출국이던 프랑스는 자국 원자력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원자로 4개의 가동을 안전 이유로 중단한 뒤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의존도가 높아지는 재생에너지인 풍력 발전도 바람이 덜 불어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의 풍력발전 생산량은 최근 5천㎿(메가와트)를 밑돌다 이날 1500㎿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5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30일에 기록된 최근 고점이던 4만 7130㎿와 비교할 때 3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복합적 공급 차질과 추운 날씨로 인한 수요 증가로 독일의 에너지 가격은 역대 최고인 메가와트시-당 431.98유로까지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유럽의 금속 제련소, 비료 공장 등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수 유럽 국가들의 기온이 이번 주부터 영하로 떨어지는 만큼 가계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럽 에너지 위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주 추운 날씨가 예보되는 만큼 훨씬 더 악화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중개업체 트라피구라의 제러미 위어 회장은 지난달 원자재 콘퍼런스에서 "가스가 충분치 않다"라며 "겨울이 추워진다면 유럽에서 돌아가며 단전을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