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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조짐에 청약시장도 빨간불…지방 미달 속출

아파트 분양시장에 최근 적신호가 켜졌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증가하고, '흥행 불패'였던 수도권에서는 미계약 단지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분양대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집값 약세 지역도 늘고 있어 입주나 분양물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경북 등 청약 미달 …작년 4분기 지방 분양 26% 가구수 못 채워

5일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분양된 대구·경북 등 지방 아파트 단지에서 무더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14∼16일에 청약한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8가구 청약에서 1, 2순위까지 모두 85명만 신청해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같은 기간에 청약받은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와 동구 효목동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도 2순위까지 모두 미달됐다.

역시 지난달 13∼15일 분양한 경북 포항시 남구 남포항 태왕아너스와 8∼10일에 청약을 받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A2블록과 A4블록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방에서도 미달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1∼22일 청약한 울산 울주군 덕하지구 뉴시티 에일린의 뜰 2차는(967가구) 7개 주택형 가운데 3개 주택형이 최종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역시 지난달 청약을 받은 경남 사천시 정동면 사천 엘크루 센텀포레, 전북 익산시 춘포면 익산 더반포레, 전남 구례군 구례 트루엘 센텀포레 등도 최종 미달됐다.

이는 서울, 수도권과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가 여전히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분양된 707개 단지 가운데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총 117곳으로 전체의 16.5%에 달했다.

이는 569개 청약 단지 가운데 50개가 미달된 지난해 3분기(8.8%)에 비해 청약 미달 단지 비중이 2배가량 커진 것이다.

작년 1분기(6.8%)는 물론이고 총 633개 단지가 분양돼 지난 4분기만큼 공급이 많았던 2분기의 10.7%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연중 최고치다.

특히 지방은 4분기 439개 청약 단지 가운데 117곳에서 미달돼 미달 단지 비중이 26.7%에 달했다.

작년 1분기 11.7%, 2분기 15.8%, 3분기 14.4%와 비교해 4분기 들어 크게 수치가 높아졌다.

이에 비해 작년 4분기 268개 단지가 분양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미달 단지가 한 곳도 없었다.

다만 단지별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3분기 평균 24.38대 1에서 4분기에는 17.49대 1로 떨어졌다. 4분기 경쟁률은 지난해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낮다.

강남구 송파구 부동산 썸네일용

▲집값 하락 조짐에다 일부 공급폭탄도 영향…수도권은 미계약 증가 추세

이처럼 청약 미달 단지가 늘어난 데는 올해부터 아파트 중도금, 잔금 대출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대선·지방선거 등 대형 이벤트들이 잇따르면서 건설사들이 지난 연말에 분양 물량을 늘린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대구·세종 등 일부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되고 서울과 수도권 상승세도 확연히 꺾이면서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구와 세종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새 아파트 입주 등 물량 공세도 집값 하락에 한몫했다. R114 집계 기준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1만7130가구로 전년(1만5549가구)보다 2000가구 가까이 늘어난 데다 내년에는 총 2만가구, 2023년에는 3만4000가구로 급증한다.

이 때문에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7주 연속 하락세다.

전남과 경북 등지는 아직 아파트값이 하락하진 않았지만 매매수급지수는 각각 7주와 2주 연속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져 매수심리가 꺾인 상태다.

서울·수도권은 여전히 높은 청약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미계약 사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GS건설이 지난해 11월에 분양한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자이더스타'는 당시 1순위 청약에서 1533가구 모집에 2만156명이 몰리며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당첨자 정당 계약에서 35%가량인 530여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계약 포기자의 다수가 청약 부적격자지만 일부는 신용대출 문제로 계약금 마련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의 경우 작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9258가구로 2020년(1만7821가구)보다 소폭 늘었으나 올해는 3만7800가구, 2023년에는 무려 4만2000가구로 급증해 집값과 청약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분양대금도 대출 규제…'옥석 가리기' 본격화

전문가들은 올해 시세차익이 큰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나 공공택지내 아파트는 청약 인기가 지속되겠지만 대출 규제 강화로 지역별·단지별로 청약 미달 또는 미계약 단지가 늘어나는 '청약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주별 DSR 적용 대상도 상반기까지는 총대출액이 2억원 이상이지만 7월부터는 1억원 이상으로 더 강화된다. 이 경우 기존 대출이 있는 계약자들은 중도금과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약 또는 계약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주도의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 물량도 올해 총 7만호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나 일부 예비 청약자들을 흡수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과 공공택지 등 분양가 상한제 대상 단지는 분양가가 저렴해 청약 대기 수요가 많지만 그 외 지역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청약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도 일부 하락 전환되는 등 상승세가 꺾이면서 지역에 따라 청약 심리도 주춤해지는 모습"이라며 "올해 인기 지역에는 청약이 쏠리고 비인기지역이나 고분양가 단지는 외면받는 옥석 가리기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