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에너지 키워드는 '지속 가능한 발전'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향해 탄소 중립 여정 시작하는 정부
국내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2022년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ESG 선도'였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22년 신년사에서 “ESG를 선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또 “회사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준법의식을 체질화해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ESG란 환경, 사회, 구조적 면에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요소 혹은 그러한 방침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는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지구촌 각지에서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탄소 저감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각심도 날로 높아져 가는 추세다.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서 작년을 돌아보며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여러 기업의 기술 개발 결과와 올해의 계획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국제 흐름을 선도하기 위하여 작년 한 해 동안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나 올해는 LG, SK, 삼성, 현대 등 많은 기업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에 참가하면서 혁신적인 기술과 운영을 공개하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LG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실천
지난달 19일부터 LG전자는 이번 CES 2023에 참가하면서 ESG 비전과 진정성을 담은 ‘Better Life for All 존(ESG 존)’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ESG 경영은 재무제표를 통해 곧장 드러나지는 않으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업의 가치나 인식 등의 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비재무적 지표라고 불린다.
LG전자는 ESG 존을 단순히 운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CES 2023의 전시관 기획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전시관을 꾸미는 등 ESG 요소를 고려하는 행보를 보였다.
또 CES 2023에서의 미래 비전 발표 이전에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은 다방면에 걸쳐 실행되고 있다.
LG전자는 2015년, 2017년, 2018년, 2021년에 이미 국내 여러 공장에 피크 저감용 ESS를 잇따라 구축했고 저번달 27일에는 창원 스마트파크에서 준공식을 가지며 전기료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
ESS는 생산한 예비전력을 저장,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한편 LG화학 등도 마찬가지로 ESG 운영의 방향성이 보이는 행보를 여럿 보여왔다.
지난달 20일에는 LG화학이 GS EPS와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합작하기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HOA)에 서명하면서 친환경 발전에 대한 LG의 의지를 드러냈다.
해당 발전소에서는 우드 칩(Woodchip) 형태로 가공한 폐목재를 원료로 사용한다.
특히 산림 자원의 직접적인 에너지화가 아닌 통상 소각·매립되는 폐목재를 재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때 친환경 바이오매스로 주목받았던 우드 칩은 최근 유럽에서 산림을 해친다는 이유로 친환경성 논란이 불거졌고, 호주에서는 아예 친환경 에너지원 분류에서 퇴출당하였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LG화학이 건설하는 발전소에서는 나무를 베지 않고 폐목재를 재활용하기에 EU에서도 이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매스로 인정하고 있다.
▲ SK 전기차 수소 생태계 조성 박차
SK그룹은 자회사를 통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인 CES 2023에 참가하여 각종 혁신적인 에너지 신기술을 선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생태계’ 조성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이차전지용 4㎛ 동박과 한번 충전하면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등을 공개하며 혁신상을 받은 바 있다.
또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COVE’, ‘V2’ 등을 공개하며 미국 내 초 급속 충전기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SK그룹은 전기차 외에도 수소 사업에 큰 투자를 진행했다.
SK그룹 수소 사업의 첨병인 SK E&S는 CES 2023에서 사업 파트너 플러그 파워(Plug Power)와 함께 수소 연료 전지와 수소 충전기를 공동 전시했다.
특히 수소 연료 전지는 단순히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을 넘어 공기 중 미세먼지를 흡입·제거하는 공기 정화 기능도 있어 탄소 감축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 외에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공개하면서 SK그룹은 적극적인 탄소 감축에 나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통해 넷 제로 홈 구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삼성전자도 CES 2023에 참가해 여러 탄소 저감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했다.
먼저 삼성전자가 CES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사물인터넷(IOT)을 주거공간에 적용한 시스템으로, 갤럭시 앱과 연동하여 다양한 전자 가구와 기기들을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은 누구나 쉽게 스마트 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작년 9월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인 ‘히트펌프’(EHS)를 출시한 바 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버려지는 열을 난방과 온수에 사용하는 EHS는 기존 연료를 쓰는 보일러 대비 효율이 높고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또 4단계 저소음 모드를 탑재하고 고효율 냉매 분사 방식인 ‘터보 플래시 인젝션’ 기술을 적용해 추운 날에도 난방과 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등 고효율의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썼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싱스 스테이션과 친환경 시스템을 결합해 궁극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넷 제로 홈’(Net Zero Home)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넷 제로 홈은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를 기반으로 태양광 패널, 배터리, 히트펌프 시스템, AI 절약 모드 등을 통해 탄소 저감은 물론 더 나아가 전기세 ‘0’을 목표로 하는 주거 개념이다.
▲HD현대 해양 친환경 에너지 혁신 제시
50년 만에 현대 중공업에서 그룹명을 바꾼 HD현대 그룹은 선박 친환경 연료와 더불어 전력 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먼저 HD현대는 지난달 1일 CES 2023에 참가할 것을 공개하며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테마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비전을 밝힌 바가 있다.
이후 지난달 13일에는 HD현대의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이 한국전력공사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을 추진해 신남원 변전소에 총 2,097억 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현대일렉트릭이 ESS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이어 동월 23일에는 현대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과 더불어 국내 최초로 ‘1.5MW급 LNG·수소 혼소 엔진’을 자체 개발하면서 수소엔진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실제로 이 엔진은 성능시험에서 국제해사기구(IMO)의 질소산화물 규제 가운데 최고 등급인 티어 3을 충족하며 이산화탄소 및 메탄 슬립(완전 연소되지 않고 배출되는 메탄) 저감효과가 탁월함을 입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엔진을 자사의 선박에 적용하고 2025년까지 완전한 수소엔진을 개발해 해양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9일 한국조선해양이 CES 2023에서 독일 프라운호퍼, 에스토니아 엘코젠과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및 수전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관한 건이 있다.
SOFC는 수소와 함께 천연가스, 암모니아, 메탄올, 바이오 연료 등 다양한 연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다.
특히 발전 효율이 높고 1000℃에 이르는 고온 운전으로 생성되는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어 선박 엔진 및 열병합발전에 적합하다.
SOFC는 여러 방식의 연료전지 중 현재까지 가장 진화한 친환경 전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부사장은 “HD현대그룹이 친환경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활용까지 이어지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넷 제로 목표로 정부 앞으로의 행보는?
정부는 지난 2021년 변화하는 기후에 대비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2050년까지 완전히 없애는 넷 제로(Net Zero) 계획을 확정하며 적극적인 동참에 나섰다.
작년에는 한 해 동안 그린 뉴딜 및 탄소 중립을 위한 R&D 투자에 1.9조 원의 예산을 책정하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지자체도 이와 발맞추어 지난달 경북에서는 한국남부발전과 축분 에너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축산을 지향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사업을 진행했다.
같은 달 전주시에서도 전북개발공사와 더불어 도내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 내년 초 착공하여 7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올해에는 어떤 정책이 시행될 예정일까.
지난 5일 정부는 제14회 국정 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태양광 폐패널 관리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태양광 패널의 생산 시점부터 폐기 및 재활용에 이르기까지의 전 주기적 과정에서 규모별, 상황별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패널의 재활용 처리 전에 재사용 가능성을 점검하여 폐 패널 감량을 유도하고 폐 패널 재활용·재사용률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이외에도 국토교통부의 9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평택, 남양주, 당진, 보령, 광양, 포항의 6개 수소 도시 조성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소 연료전지 설치, 수소 버스 보급,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생산시설-연료전지-충전소를 연결하는 배관, 통합안전운영센터 등의 인프라를 세울 예정이다.
지난 2019년부터 로드맵을 마련한 이 계획은 울산, 전주·완주, 안산 3개 도시를 시범 도시로 선정하여 인프라를 구축했었다.
시범사업 당시에는 기술적·제도적 제약, 주민 수용성 문제, 낮은 경제성 등의 문제 해결에 주력했으나,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상향된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연도별·부문별 이행 계획을 3월까지 발표하여 본격적인 탄소 중립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2050 넷 제로’ 정책의 교두보가 될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8년 7억 2,760만 톤에서 2030년 4억 3,660만 톤으로 약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환경부는 녹색산업 투자를 통해 2023년 20조 원, 현 정부 임기 동안 100조 원의 수출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023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 법인 '공해방지법'이 제정된 지 환갑이 되는 해로서, 그 간의 환경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후 위기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삶의 질을 높이고 탄소 중립 등 세계질서의 변화 속에서 녹색 신산업을 육성하여 성장 동력을 높여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