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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100억 달러 ODA 투입, '회랑' 중심 공급망 선점 전략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김영 기자
아프리카 100억 달러 ODA 투입, '회랑' 중심 공급망 선점 전략으로 패러다임 바꿔야
©연합뉴스

 

한국이 아프리카 핵심광물과 신흥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단순 개별 수주를 넘어 항만, 철도, 산업거점을 잇는 '회랑' 중심의 공급망 선점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가 2030년까지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1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한 상황에서,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 수립이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아프리카는 핵심광물과 신흥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전략 공간으로 급부상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 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학부 부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회랑 단위의 가치 창출과 공급망 중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랑은 항만과 철도, 도로, 국경통관, 산업거점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생산지와 소비 시장을 잇는 구조를 의미한다.

회랑 중심의 진출 전략은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한국 기업의 시장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류 병목과 비효율적인 통관 절차로 인해 공급망 불안정과 고비용 구조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항만과 철도, 디지털 통관을 아우르는 공급망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면 자원 확보부터 가공, 유통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2030년까지 대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100억 달러로 늘리고 140억 달러의 수출금융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러한 전향적인 비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전략적 요충지 선정이나 재원 투입의 우선순위, 세부 지원 수단에 대한 로드맵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될 지점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앙골라와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DRC) 남부 광물대를 연결하는 로비토 회랑은 동, 코발트, 망간 등 핵심광물 공급망과 직결되는 최우선 전략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이미 글로벌 주요국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한국의 단독 진출보다는 기존 대형 프로젝트와의 전략적 협력이 유리하다. 기존 프로젝트에 장비 공급, 운영 관리, 가공 시설 투자 등 보완적 형태로 참여함으로써 금융 리스크를 분산하고 실익을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를 잇는 아비장-라고스 축은 높은 인구밀도와 연속된 항만을 보유하여 상업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회랑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해온 지역이지만 자동차, 부품, 제약, 냉장 유통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도로 지능형 교통체계(ITS)와 결합한 한국형 물류 시스템을 이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이 요구된다.

케냐를 기점으로 우간다와 르완다, 에티오피아를 연결하는 북부 회랑은 동아프리카 내륙으로 향하는 물류의 핵심 관문이자 농식품 시장의 거점이다. 커피와 차, 원예 등 지역 특산물의 집산지로서 한국 기업의 가공식품 및 생활소비재 판매망 구축에 최적화된 입지 조건을 제공한다. 내륙 물류 네트워크를 선점할 경우 동아프리카 역내 시장 전반에 걸친 유통 장악력을 확보하고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전략 이행을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한-아프리카 핵심광물-회랑 전략위원회'를 신설하여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위원회는 전략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각 회랑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금융 지원 방안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민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만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해외 인프라 사업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 설계와 시공 중심의 단기 수주 모델에서 벗어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장기 수익 모델로의 전환을 위해 '원팀코리아 콘소시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프로젝트 전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지속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고 현지 영향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일회성 건설 사업자로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아프리카 진출에는 현지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복잡한 법적 규제 등 다양한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인프라 사업의 특성상 현지 정부의 정책 변화나 국가 신용도 하락은 한국 기업과 정부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다자간 개발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투자 안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정책 수립 단계부터 병행되어야 한다.

김은경 부교수는 "아프리카를 회랑 중심의 경제안보 전략 요충지로 재정의하고 핵심 전략 회랑을 대상으로 예산과 전문 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보유한 디지털 기술과 물류 노하우를 아프리카의 자원 및 시장과 결합할 때 진정한 상생의 파트너십이 완성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급망 다변화가 국가적 생존 과제로 떠오른 지금 아프리카 회랑 전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향후 한국 정부와 기업은 특정 국가에 국한된 단발성 사업보다는 인접국을 유기적으로 잇는 광역 회랑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원 빈국인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체계적인 로드맵과 과감한 금융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아프리카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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