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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상장 임박과 함께 글로벌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체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한국은 우주항공청 출범과 누리호 기술 이전을 통해 대응에 나섰으나, 여전히 80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국가 연구개발 의존도와 지식재산권 소유권 갈등이 민간 자생력 확보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우주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독자적인 수익 모델과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상장 임박은 글로벌 우주산업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과거 국가가 직접 발사체와 위성 개발을 주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민간 기업이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정부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뉴스페이스 질서가 확립되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과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결합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과거처럼 발사체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민간의 발사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전환하여 경제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는 전통적인 방식과 뉴스페이스 방식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정부 주도로 개발된 초대형 로켓인 우주발사시스템은 단 한 번의 발사에 5조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조기 퇴역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반면 민간 기업에 달 탐사선 개발과 수송을 맡기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는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와 인튜이티브 머신스 같은 신생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흐름은 우주산업이 더 이상 연구개발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거대한 민간 비즈니스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항공우주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뉴스페이스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출범한 우주항공청은 올해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었으며 민간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뉴스페이스 펀드에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국비를 투입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고도화 사업을 통해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발사 서비스를 주도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1월 27일 발사된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포함한 총 13기의 위성이 실려 민간 이전의 성과를 입증하고자 하였다.
지역별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뉴스페이스 생태계 구축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3,808억 원을 투입하여 경남을 위성 특화지구로, 전남을 발사체 특화지구로, 대전을 연구 및 인재 특화지구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을 위해 민관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남부 지방을 우주항공 종합 벨트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과 지방의 인프라를 결합하여 민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우주산업의 실질적인 자생력은 여전히 글로벌 선도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혁신시스템은 정부가 투자하고 민간이 일부 협력하는 2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민간이 자체 투자하고 정부가 서비스를 구매하는 4단계 체계인 미국이나 정부와 민간이 공동 투자하는 3단계인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실제로 국내 우주산업은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전체의 70에서 8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공공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국내 우주 분야의 활동 금액 규모가 글로벌 시장에 비해 현저히 작다는 점도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2024년 기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우주 분야 활동 금액은 총 4조 3,568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나 이는 초기 단계의 시장 규모에 불과하다. 협소한 내수 시장과 공공 주도의 발주 구조는 민간 기업이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상업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는 점이 뉴스페이스 도약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지식재산권 소유권을 둘러싼 제도적 미비와 민관 갈등은 민간의 혁신 의지를 저해하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이다. 국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결과물인 지식재산권이 정부 중심으로 관리되면서 민간 기업이 독점적 사업 권한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차세대 발사체 사업 소유권을 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은 이러한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 개발의 성과를 경쟁사와 공유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민간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적인 기술 투자를 단행할 유인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우주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정부 주도의 기초 기술 확보와 공공성 유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실패 위험이 큰 우주 개발의 특성상 민간에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다.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발사체 기술의 경우 민간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이나 독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신중론은 민간 주도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산 관리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결과물을 경쟁사와 공유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혁신 경쟁보다 원가 절감 경쟁으로 흐르기 쉽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민간 기업에 충분한 권리와 보상을 보장하지 않는 현행 시스템이 한국형 스페이스X 탄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스페이스X의 성공이 실패 위험을 감수한 민간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시스템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 뉴스페이스의 성패는 민간이 주도적으로 지식재산권을 행사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한국 우주산업은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민간이 독자적인 우주 경제 생태계를 운용할 수 있는 고도화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우주항공청은 민간 기업이 실제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외교적,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 분야에서 민간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제도를 기업 친화적으로 재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주 5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정부의 예산 투입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민간 기업이 우주를 무대로 수익을 내는 진정한 비즈니스의 장이 열릴 때 비로소 현실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