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전 사각지대서 반복된 비극, 한화에어로 대전공장 폭발로 5명 사망

이겨례 기자
안전 사각지대서 반복된 비극, 한화에어로 대전공장 폭발로 5명 사망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현장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로켓 추진제 제조 과정의 세척 공정 중 발생한 이번 사고는 과거 유사 사례가 두 차례나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 결함을 드러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소방 당국의 중점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어 법적 관리의 사각지대 논란이 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가 숙련된 정규직과 젊은 계약직 근로자들의 목숨을 동시에 앗아갔다. 대전 유성구 외삼동 소재 공장에서 오전 10시 59분경 발생한 이번 폭발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5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망자 중 2명은 20대 계약직 근로자로 확인되었으며, 나머지 3명은 30대와 50대 정규직 숙련 인력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는 폭발음과 함께 대량의 연기가 발생하여 인근 지역에서 30여 건의 119 신고가 쇄도했다.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직후인 오전 11시 17분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100여 명과 장비 30여 대를 신속히 투입했다. 화재는 발생 50분 만에 초진되었으며, 오후 1시 7분경 완전히 진압되면서 대응 단계가 해제됐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공장 내 56동 세척 공실로 로켓 추진제 제조에 사용된 공구의 화약을 제거하는 세척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지상 1층 규모의 544㎡ 건물은 폭발의 충격으로 구조물이 완전히 내려앉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변했다. 자력으로 탈출한 부상자 2명 중 1명은 전신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른 1명은 경상을 입고 귀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이번 사고가 예상치 못한 위험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2018년과 2019년 사고 이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공정 자동화를 추진했으나, 이번 공정은 위험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규정에 따른 방염복을 모두 착용하고 있었으나 폭발의 파괴력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 보호시설로 지정된 해당 사업장은 외부 감독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소방 당국이 실시한 최근 화재안전조사는 주로 본관동 위주로 진행되었으며, 폭발이 발생한 56동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건물은 연면적이 작아 소방법상 자체 점검 결과만 관할 소방서에 제출하면 될 뿐, 별도의 보고 의무가 없는 점검의 사각지대였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대전사업장은 수십 개의 동으로 분산되어 있어 감독 기관이 개별 건물을 모두 점검하기에는 물리적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폭발한 건물과 같이 소규모 시설은 기업의 자체 점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행법의 한계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대규모 방산 시설 내 소규모 위험 공실들에 대한 정밀 진단이 미흡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거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사고의 가장 뼈아픈 대목으로 지목된다. 지난 2018년 5월에도 동일한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으며, 2019년 2월에는 추진체 이형공실 폭발로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과 8년 사이에 세 차례나 반복된 대형 참사는 기업의 안전 투자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고 당일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산재수습본부 구성을 지시하고 엄정한 조사를 당부했다. 경찰 역시 수사전담팀을 편성하여 건물 도면과 공정 기록을 확보하는 등 화재 발생 원인과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산 공정의 특수성으로 인해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약을 다루는 세척 작업은 미세한 마찰이나 정전기만으로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작업군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위험 공정의 완전 자동화나 원격 제어를 지연시켰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공식 입장을 통해 대전사업장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며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고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방산업계 전체의 안전 관리 표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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