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기본 합의에 도달하면서 중동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양국은 군사행동 중단과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최종 서명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문제는 향후 협상으로 넘겨져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협상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중재 역할을 맡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합의 사실을 공개하면서 공식화됐다.
▲ 군사 충돌 중단 합의…레바논 문제도 포함
양측이 마련한 양해각서에는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행동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종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샤리프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이 즉시 영구 중단된다"고 밝혔다.
레바논 문제는 그동안 협상의 핵심 난제로 꼽혀왔다. 최근 수주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상호 공격을 지속하면서 미국의 휴전 요구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역시 성명을 통해 레바논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의 군사행동이 현지시간 월요일 밤부터 영구 종료된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국·이란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이스라엘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국제유가 즉각 하락
이번 합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수개월 동안 사실상 봉쇄해 온 호르무즈 해협이 금요일부터 다시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이란 항구에 대한 미국의 봉쇄 조치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로 꼽힌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국제 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 4% 하락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4.6% 이상 급락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Photo : [AFP/연합뉴스 제공])
▲ 핵 프로그램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향후 60일간의 휴전 기간 동안 보다 포괄적인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는 대이란 제재 완화와 핵 프로그램 문제가 함께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매슈 밀러는 "현재 합의는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수준에 가깝다"며 "핵 프로그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최종 협상이 성사될 경우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핵 프로그램 해체가 포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자국 내에서 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 트럼프·네타냐후 갈등 부각
이번 합의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에서의 군사작전 축소를 요구하는 미국과 지속적으로 이견을 보여왔다. 이스라엘은 향후에도 레바논 내 군사작전의 자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레바논 전면 휴전을 핵심 요구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전 상황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매우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이 이스라엘을 핵무장 이란으로부터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 중동 긴장 완화 기대 속 핵 협상 성패 주목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 제한을 위한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경우 제재 완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복원돼야 한다"며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전쟁 종식 자체보다 향후 60일간 진행될 핵 협상의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합의가 군사 충돌을 멈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핵 문제에 대한 최종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긴장이 재차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백㎏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제재 완화 범위가 향후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