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긴급 명령으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권을 되찾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국가원수와 행정수반이 국제무대 대표 자리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인 초유의 사태는 체코 정치의 깊은 균열을 여실히 보여준다.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내달 7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대표단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파벨 대통령을 고의적으로 제외하며 시작된 이번 갈등은 헌법재판소의 개입으로 일단락됐다.
바비시 정부는 파벨 대통령을 나토 정상회의 대표단에서 배제했고, 이에 파벨 대통령은 지난 6월 23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회의 참석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는 다음날인 24일 파벨 대통령의 가처분 신청을 전격 인용하며 정부에 나토 회의 참석을 허용하라고 명령했다. 파벨 대통령은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한다」는 헌법 63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실제로 지난 20차례 나토 정상회의 중 19차례는 대통령이 대표단을 주도했으며, 나머지 한 차례도 대통령의 건강 문제 때문이었다. 그는 「국가 원수로서 권한 행사는 물론 이를 지키는 것도 내 의무다. 이는 나뿐 아니라 후임 대통령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헌법 수호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바비시 총리는 나토 목표치에 미달하는 국방비 지출을 소명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논리로 대통령의 참석을 막아섰다.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는 나토의 목표와 달리, 체코의 올해 국방비는 GDP의 1.8%에 불과하다. 긍정당(ANO) 대표이자 극우·포퓰리즘 연립정부를 이끄는 바비시 총리는 경제적 이유를 들어 정부 대표단만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전은 단순히 나토 회의 참석 여부를 넘어 두 거물 정치인의 극명하게 엇갈리는 외교·안보관을 드러냈다. 육군 장성 출신 군사전문가이자 전 체코군 참모총장 및 나토 군사위원장을 지낸 파벨 대통령은 2024년부터 '체코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하는 등 나토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2025년 12월 재집권한 바비시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국 예산 지원을 끊는 등 방어적 국방비 지출과 실리 외교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