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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사망' 강릉 급발진 9억 소송, 국과수 감정 '추론' 공방 격화

12세 이도현 군이 사망한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의 항소심 법정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서의 신뢰성을 두고 유가족 측의 '개인적 추론'이라는 강력한 지적과 감정관의 '종합 검토 결과'라는 반박이 정면충돌하며 9억2천만원 손해배상 소송의 진실 공방이 격화됐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민사2부(심영진 부장판사)에서 열린 항소심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 이도현 군 가족 측은 국과수 감정관에게 전자제어장치(ECU) 관련 핵심 데이터 미확인과 실도로 재현시험 부재를 지적했다. 가족 측은 해당 감정이 「객관적인 근거 없는 개인적인 추론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추궁했다. 이에 대해 국과수 감정관은 「모든 분석 결과를 종합해 도출한 결론」이라며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관례적 표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KG모빌리티(KGM, 옛 쌍용자동차) 측은 EDR 기록과 블랙박스 음향 분석 등을 통해 '페달 오조작' 결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사고는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발생했다.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서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 당시 12세 이도현 군이 사망하고 운전자인 할머니가 부상당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도현 군 가족은 KGM을 상대로 9억2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인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할머니의 가속페달 오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며 차량 결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국과수가 제출한 감정서의 신뢰성이었다. 감정서가 사고 차량의 기계적 결함은 없으며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했을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유가족은 이 '가능성'이라는 표현과 그것을 뒷받침할 핵심 데이터 및 실도로 재현시험 부재를 지적하며 국과수 감정의 객관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12세 사망' 강릉 급발진 9억 소송, 국과수 감정 '추론' 공방 격화
[사진=연합뉴스]

재판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증거로는 전자제어장치(ECU) 사양서 제출 여부가 떠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8월 13일 ECU 사양서 문서제출명령의 필요성과 범위를 논의하기 위한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도현 군 가족은 ECU 사양서가 차량 결함 규명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KGM은 기업 비밀유지 의무 등을 이유로 제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 소송의 어려움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도현이법'과도 맞닿아 있다.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인 '도현이법'은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차량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데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며 여전히 표류 중이다.

2026년 8월 13일로 예정된 ECU 사양서 논의 준비기일은 이번 급발진 소송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진실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이 문서의 제출 여부에 따라 재판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도현이법'의 국회 통과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 항소심은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을 넘어 제조물 책임과 소비자 보호라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과연 법정의 치열한 공방이 진실을 밝히고, 급발진 논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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