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세가 확대됐음에도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과 월말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상쇄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공급이 환율을 눌렀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와 중동 리스크가 지속되는 만큼 환율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강달러에도 원·달러 환율 이틀 연속 하락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원 내린 1,466.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 13.3원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하며 1,460원대 중반을 유지했다.
이날 환율은 1,475.5원으로 출발했지만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오전 한때 1,462.2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5월 8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후 장 마감을 앞두고 일부 낙폭을 되돌렸지만 결국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 국제유가는 급등…달러는 강세
당초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17% 상승한 배럴당 92.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면서 통상 달러 강세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1.379까지 상승하며 강달러 흐름을 나타냈다.
▲ SK하이닉스 265억달러 환전이 환율 눌렀다
하지만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강달러 영향을 상쇄했다.
가장 큰 변수는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확보한 265억달러, 약 40조원 규모의 자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대규모 달러가 공급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대기업의 대규모 외화 환전이 단기적으로 환율 방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수급 변수로 평가된다.

코스피 5.7%·코스닥 5.3% 급락 마감(Photo : [연합뉴스 제공])
▲ 월말 네고 물량도 하락 압력
월말 특유의 수급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기업들은 통상 월말 결제를 앞두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네고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이번에도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늘어나면서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이 확대됐다.
글로벌 달러 강세보다 국내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환율이 예상과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외국인 3조원 넘게 순매도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2,68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거래일 만에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순매도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날에는 기업들의 달러 공급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향후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경우 환율에는 다시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엔화 약세는 여전히 진행
엔화 약세도 이어졌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63.785엔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장중 163.986엔까지 상승하며 164엔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198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이는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미국의 높은 금리가 맞물리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 원·엔 환율 2년 만에 최저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엔 재정환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4일 오후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5.44원을 기록하며 전날보다 4.02원 내렸다.
장중에는 892.98원까지 하락하며 2024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무너졌던 900원선을 장중 잠시 회복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일본 여행과 수입에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미국, 한국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한편 미국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0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원화는 지속적으로 절하 압력을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엔화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즉각적인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환율 정책과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미국의 감시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