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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커진' 재벌, 영세업종 침투에 일감 몰아주기 '여전'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지난해 10대 그룹 매출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76.5%를 차지하고 진출업종도 10년 사이에 배 가량으로 늘어나는 등 재벌 그룹의 규모와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지속하며 중소기업, 서민 영역까지 진출한 것은 물론 그룹의 계열사들이 일감을 대주주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 거래 등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10대 그룹의 작년 총매출은 946조1천억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액수인 1237조1천억원의 76.5%에 달했다.

이는 2002년 365조5천억원의 2.6배로, 올해 10대그룹의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천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재벌닷컴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대 그룹의 규모 변화를 살펴본 결과, 10대 그룹은 성장속도에서 GDP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GDP가 1.8배로 증가할 때 10대 그룹의 자산총액은 3.3배로, 매출액도 2.6배로 각각 늘어났으며, 계열사 수도 1.9배나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총 자산액은 963조4천억원으로 2002년도 294조2천억원의 3.3배에 달했으며,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평가한 정부 총자산(1천523조2천억원)의 6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계열사 수도 2002년 318개에서 2011년에는 1.9배인 592개로 증가했다.

이들 10대 그룹이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도 2002년 47만396명에서 2011년 84만1662명으로 비해 1.8배 늘어났다. 협력·하청업체의 종업원까지 포함하면 180만∼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재벌닷컴은 추산했다.

하지만 재벌의 영세상권 침투와 내부거래 등의 부작용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 기간 재벌들의 참여 업종은 39개에서 57개로 1.9배 늘었다. 특히 재벌들은 제빵업, 교육 서비스업, 가축사육업, 레스토랑업, 부동산임대업, 콜택시운수업 등 서민경제 영역으로까지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0대 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이 평균 3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이 52.9%로 가장 높게 가운데, 현대차그룹 44.0%, SK그룹 38.3%, LG그룹 16.7%, 롯데그룹 14.9% 등이 뒤를 이었다.

그룹의 계열사들이 일감을 대주주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 주주주 가족회사의 내부거래 비율을 보면, 롯데그룹의 식음료 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가 95.1%에 달했다. 한진그룹의 유니컨버스(SI)가 84.7%, SK그룹의 SK C&C(SI)가 65.1%, GS의 GS네오텍(설비임대)이 57.5%,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물류)가 45.2%였다.

이 같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대부분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설명했다.

또 10대 재벌 총수들의 그룹 내 지분율은 1% 안팎으로 낮았다.

10대 그룹 내부 지분율 변동 상황을 살펴보면, 이들 그룹 총수는 2002년 1.4%의 그룹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2011년에는 1.1%까지 하락했다.

재벌닷컴은 재벌체제의 장점으로 경영정책의 일관성, 명확한 책임소재, 신속한 대응, 글로벌 경쟁력 등을 꼽았다. 그러나 단점으로 총수의 독단 경영, 경제력 집중에 따른 양극화, 기업 부실시 사회비용 과다 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