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천연기념물과 보호수 등 노거수 촬영
-‘푸른나무’ 시리즈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섬 나무 시리즈 작업
남해유배문학관은 오는 3월 6일부터 25일까지 ‘남해신목-시간의 기억’이란 주제로 2024년 봄맞이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초대작가인 사진가 이열(Yoll Lee)은 ‘푸른나무’ 시리즈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섬 나무 시리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탈리아 ‘올리브나무’,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 피지 맹그로브 등 해외의 경이로운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는 나무 사진가다.
‘남해신목_시간의 기억’ 전시는 작가가 지난 5년간 작업한 섬 나무 시리즈인 ‘제주신목’, ‘통영신목’, ‘신안신목’의 연장선이다. 작가는 2022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수시로 남해를 방문해 천연기념물과 보호수 등 노거수를 촬영했다.
작가는 해가 지고 난 후 어두운 밤에 나무에 조명을 주는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촬영에 활용한다.
조명의 색과 종류, 확산의 정도와 밝기 등을 섬세하게 조절해, 살아 있는 나무에서 받은 각각의 느낌을 그만의 방식으로 다시 사진에 투영한다.
마치 인간 세상의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나무에 조명을 주는 사진 적 장치를 통해 ‘나무도 인간과 똑같은 이 지구의 주인공’이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남해에서 받은 느낌을 녹색과 청색, 노란색으로 주로 표현했다는 작가의 남해 사진은 몽환적이고 따스하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의 사진을 보면 마을 주민들의 시각에서 방조어부림을 조망하고 있다. 마을 쪽에 있는 논에 푸른 조명을 비춰 마치 방조림 뒤에 있는 바다를 방조어부림 앞으로 끌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작가는 크고 아름다운 나무뿐만 아니라, 사람의 동반자로서 나무의 흔적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지리 팽나무의 금줄을 보며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인간이 나무에 의지하며 기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다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 다짐이 쌓여 신념이 되고 험한 자연과 더 험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용기가 되었다’고 적고 있다. 나무와 사람 간의 신뢰와 동반의 관계에 주목한 것이다.
작가는 남해에 와서 비로소 작가가 학창시절 남해에 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무는 많은 이들의 염원을 기록한 타임캡슐일지도 모른다며 작가의 사진들 역시 이 나무들의 타임캡슐이 되길 기원했다.
이열 작가의 사진은 실제 존재하는 나무를 촬영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있으나 나무에 조명을 더해 단순한 기록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 의도가 가미된 사진을 만든다는 점에서 또한 파인 아트적인 속성을 띄고 있다.
이열 작가는 “이 나무들을 가꾸어 온 남해의 많은 분들이 전시를 보시길 바란다. 이 전시로 인해 그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나무를 사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열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사진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남해의 보호수와 노거수 앞에는 대나무들이 꽂혀 있었고 그 대나무에는 금줄이 쳐져 있었다. 인간이 나무에 의지하며 기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다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 다짐이 쌓여 신념이 되고 험한 자연과 더 험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용기가 되었으리라.
그 나무들 앞에서 촬영할 때를 기다리며 한순간 나는 나무가 되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의 기원과 슬픔을 온전히 받아 안은 나무는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껍질 사이에 담고 있었다. 어떤 틈에서는 싹이 나기도 했고 어떤 틈은 갈라져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대로 몸통이 되었다. 염원을 이룬 사람이건 못 이룬 사람이건 모두 떠나버렸고, 또 다른 이들이 와서 많은 이야기를 했으나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들도 다시는 찾지 않았다.
남해에 와서 비로소 기억났다. 36년 전 친구들과 남해에 왔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필름 통에 글을 쓴 종이를 넣어 ‘타임캡슐’을 만들었고 금산 중턱에 묻었다는 사실이.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심지어 묻은 곳의 지형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상주에 한 달을 거주하며 내 타임캡슐이 있을 금산을 매일 올려다보았고 그때마다 반문하였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이란 무엇이고 느끼지 못하는 시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촬영이 끝난 지금 모니터에 떠 있는 나무, 인간의 염원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를 본다. 나무가 인간에게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내 사진들이 내가 촬영한 나무들의 타임캡슐이 되길 바란다. 예전에 금산에 묻었던, 젊은 날의 그 기억은 끝내 찾지 않았다.”
▶전시 제목 : 남해신목_시간의 기억
▶전시 기간 : 2024. 03. 6(수)- 03.25(월)
▶전시 장소 : 남해유배문학관(경상남도 남해군 남해읍 남해대로 2745)
T.055-860-8888
▶관람 시간 : 09시~ 18시(화요일 휴관)
■이 열 | Yoll Lee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이태리 밀라노의 ‘유럽 디자인대학‘Istituto Europeo di Design’ 사진학과 졸업
-예술의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개인전-
2023. 12. 5~ 2023. 12. 17 "녹색낙원_피지"/
서울 (비움 갤러리), “물 위의 나무, 맹그로브” 하남시 (갤러리_다)
2023. 10. 10 ~ 2023. 10. 31 "통영신목" /통영시 (갤러리 미작)
2022. 8. 2 ~ 2022. 8. 16 "신안신목_우실" /
시흥시 (소전미술관), 광주광역시(예술이빽그라운드)
2021. 5. 4 ~ 2021. 5. 15 "제주신목_폭낭" /서울 (LeeSeoul gallery)
2020. 2. 2 ~ 2002. 2. 29 “신들이 사랑한 나무, 바오밥” /서울 (ARTFIELD GALLERY)
2018. 11. 20 ~ 2018. 11. 27 “Trees Generations”/Bari, Italia (Fortino Santa Antonio), 서울(ARTFIELD GALLERY)
2018. 3. 26 ~ 2018. 4. 29 “인간 나무”/서울 (ARTFIELD GALLERY)
2017. 11. 29 ~ 2017. 12. 9 “꿈꾸는 나무”/서울 (ARTSPACE HOSEO)
2017. 6. 9 ~ 2017. 6. 25 "히말라야"/ 서울 (Gallery Munrae)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