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총파업 기로 속 마지막 담판 개시... 성과급 제도화 두고 평행선 지속

윤근일 기자
삼성전자 총파업 기로 속 마지막 담판 개시... 성과급 제도화 두고 평행선 지속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일을 단 사흘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돌입하며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 조정은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라는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대규모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노사 양측의 극적 합의 여부에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와 중앙노동위원회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임금 협상 중재를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고 최종 합의안 도출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성사되었으며 파업 돌입 예정일인 오는 21일을 불과 사흘 남겨둔 시점에서 개최된 마지막 공식 교섭이다. 노사 양측은 주말 동안에도 연이틀 사전 미팅을 가지며 입장 차이를 확인했으나 여전히 성과급 산정 방식의 제도화를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번 사후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요구안 관철을 위한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최승호 노조 위원장은 회의장 입장 전 취재진과 만나 "어쨌든 사후조정까지 왔다. 이번 2차 사후조정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협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노조 측은 성과급의 투명한 공개와 지급 상한 폐지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파업 철회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협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교섭위원을 전격 교체하는 등 인적 구성에 변화를 주며 대응에 나섰다. 기존 김형로 부사장 대신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 피플팀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노조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반도체 부문의 특수성을 협상에 반영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여명구 팀장과 김형로 부사장은 이날 회의장에 입장하며 향후 협상 전략이나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남기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향했다.

이번 2차 사후조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 의제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지급 상한의 폐지 및 이를 명문화하는 제도화 여부다. 노조는 경영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이익 배분의 공정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측은 사전 미팅에서도 이러한 시각 차를 좁히지 못해 이번 본 회의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하여 박수근 위원장이 직접 조정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중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당초 참관인 자격이 논의되었으나 노사 양측의 요청에 따라 직접 중재를 이끄는 조정위원 역할을 맡게 되었다. 박 위원장은 "입이 없다. 이따 뵙겠다"는 짧은 말로 현재의 긴박한 협상 분위기를 전하며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정부는 삼성전자의 파업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하여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까지 검토하며 노사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사업장의 쟁의행위는 30일간 즉시 중단되어야 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이 강제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삼성전자 노조를 포함한 노동계는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긴급조정권 시사는 파업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노동계 일각에서는 기업 경영권만큼이나 노동자의 기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의 개입이 노사 자율 해결 원칙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권과 기업경영권의 조화를 강조한 발언 역시 이번 협상의 향방에 중요한 정치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후조정 회의의 종료 시한은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이날 밤이나 익일 새벽이 합의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예고한 21일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라인을 비롯한 주요 사업장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가동 중단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노사 양측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강 대 강 대치로 파국을 맞이할지 산업계 전체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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