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가수 싸이 '향정신성 약물 대리 수령' 검찰 송치... 의료법 원칙 무너뜨린 연예계 관행에 사법 칼날

이겨례 기자
가수 싸이 '향정신성 약물 대리 수령' 검찰 송치... 의료법 원칙 무너뜨린 연예계 관행에 사법 칼날
©연합뉴스

 

향정신성의약품을 대면 진찰 없이 처방받고 매니저를 통해 대리 수령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대문경찰서는 싸이와 이를 도운 대학병원 교수, 매니저 등 총 6명을 불구속 송치하며 수사 착수 1년 만에 사법 처리를 본격화했다. 이번 사건은 연예계에 만연한 비정상적 약물 수급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가수 싸이와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 소속사 매니저 등 관련자 6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년 동안 이어진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경찰의 집중 수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사법 당국은 연예인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법적 원칙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법치주의 확립 의지를 드러냈다. 수사 기관은 지난해 여름 제보를 바탕으로 비공개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뒤 송치를 결정했다.

싸이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직접 진찰을 받지 않은 채 수면유도제 및 불안 장애 치료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자낙스'와 '스틸녹스'를 비대면으로 처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약물들은 싸이가 직접 수령하지 않고 매니저 등 제삼자가 병원을 방문해 대리로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의료 현장의 기본 원칙인 대면 진료 체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은 오남용의 위험성이 커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강조된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만이 처방전을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환자 본인이 아닌 제삼자의 처방전 수령을 엄격히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한 범죄다. 법률상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현저히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나 싸이는 이러한 특수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계와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의료법의 근간인 직접 진찰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자낙스와 스틸녹스는 수면 장애와 우울증 치료 등에 널리 쓰이지만 의존성과 부작용 위험으로 인해 반드시 전문의의 철저한 감독하에 투약되어야 한다. 비대면 처방을 통해 이러한 약물을 수급하는 행위는 '대면 진료 원칙'을 명시한 의료법 제33조 위반에 해당하여 별도의 벌금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싸이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대리 처방'을 받았을 가능성도 검토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대리 수령 정황만 확인된 것으로 정리됐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를 넘어 의료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싸이의 소속사 피네이션은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소속사 측은 "수면제 대리 수령에 따른 의료법 위반에 대한 경찰 수사는 종결되었으며 향후 진행될 검찰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에도 싸이 측은 전문의약품 대리 수령에 대해 명백한 과오이자 불찰임을 시인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다만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법리적 대응의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연예인의 과도한 일정과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약물 수령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법치 국가에서 특정 직업군에 대한 예외적 특혜는 시장 질서와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법조 전문가들은 "유명 연예인과 대형 병원 의료진이 결탁하여 법망을 피하려 한 행위는 사법 정의 차원에서 엄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하더라도 법률이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형사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직접 진찰 원칙은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며 이를 어기는 행위는 의료 윤리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언급하며 병원 측의 관리 소홀 문제를 꼬집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학병원 교수 역시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한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의 관행적인 부정행위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향후 검찰 수사는 약물 처방의 대가성 여부나 조직적인 묵인이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싸이가 대리 수령 사실을 인정한 만큼 법리 적용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 전반의 의약품 관리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사법 당국의 엄정한 대처가 향후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고 무너진 의료 질서를 바로잡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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