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의 조직적 감시를 받아온 외국인 부부가 한국 출입국 당국의 난민 심사 거부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인천지법은 이들의 주장이 현지 정황과 일치하며 경제적 목적의 허위 신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난민 심사 절차를 정상화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로 인천공항 입국 과정에서 차단됐던 토고 국적 신청자들의 난민 심사 권리가 사법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인천지법 행정2단독 장우영 판사는 토고 국적 A(59)씨 부부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출입국 당국이 이들의 신청을 명백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심사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행정 처분은 법리적으로 위법하다고 보았다. A씨 부부는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입국 과정에서 난민 인정을 신청했으나 당국에 의해 거부당하자 즉각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A씨는 2020년 토고 대선 당시 야당 후보에 대한 대규모 무효표 발생 등 조직적인 선거 조작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가 차량이 파손되고 구타를 당하는 등 국가 권력에 의한 무차별적인 물리적 공격을 받았다. 시위 이후에도 토고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 체계에 놓이게 되자 신변의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의 피신을 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당초 이들이 명백한 근거 없이 난민 신청을 했다고 판단하여 심사 회부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당국은 공항 입국 단계에서 난민 신청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행정 효율성을 위해 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리는 관행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행정 편의적 판단이 신청자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의 진술이 토고 현지의 정치적 상황 및 객관적인 인권 보고서 등 관련 자료와 대체로 부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장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 등의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난민 심사 회부 단계에서 요구되는 박해의 개연성을 법원이 행정청보다 더욱 폭넓고 전향적으로 인정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법원은 A씨가 자국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등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신청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삼았다. 단순 취업이나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국의 난민 제도를 악용하려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상류층에 속하는 인사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난민 신청을 한 것은 정치적 박해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사법부의 논리다.
다만 출입국 당국은 무분별한 난민 신청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국경 관리의 허점을 방어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측은 난민법의 엄격한 적용이 선량한 입국자와 불법 체류 목적의 신청자를 구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난민 심사 문턱을 낮추는 선례가 되어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된 난민 심사 관행에 엄중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난민 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신청 내용의 진실성을 확정하기보다 박해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인권 보호와 국가의 법질서 유지를 동시에 실현하려는 사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향후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A씨 부부에 대한 난민 인정 심사 절차를 정식으로 재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는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채 대기하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소송 제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난민 심사의 공정성을 제고하면서도 제도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정교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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