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탈시설 상징」 박영길 별세…'무연고 장례' 현실 묻다

고진아 기자

중증 뇌병변 장애를 안고도 무연고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박영길 활동가(56)가 2026년 6월 4일 홀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생전 그토록 외쳤던 '자립'의 가치처럼, 동료들이 힘을 모아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며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 탈시설 및 자립생활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불리던 박영길 씨는 2026년 6월 4일, 지병 악화로 자택에서 별세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지향했던 '자립'의 가치와는 역설적으로, 연고자가 없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될 위기에 놓였다.

박 씨는 1989년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하여 무려 25년간을 시설에서 생활했다. 오랜 시설 생활에도 굴하지 않고 2014년에는 마침내 자립 생활에 성공하며 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후 2016년부터는 지역사회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에서 적극적인 활동가로 참여하며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운동에 앞장섰다.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연고 장애인들의 권리 옹호와 자립 지원에 헌신해 왔다.

「탈시설 상징」 박영길 별세…'무연고 장례' 현실 묻다
[사진=연합뉴스]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그를 기억하는 지역 장애인 단체와 동료 활동가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장례위원회를 꾸려 광주 천지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있다. 2026년 6월 5일 오후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문화제도 개최될 예정이다.

발인은 2026년 6월 6일 오전에 엄수되며, 장지는 광주 영락공원이 될 예정이다. 동료들은 박 씨가 생전 그토록 염원했던 '자립'의 정신을 기리며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장례위원회는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성명을 발표하며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위원회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가 민간의 자발적인 후원과 헌신에 의존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광주시와 자치구에 공영장례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영길 활동가의 죽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영장례 제도의 미비점과 장애인 자립 지원 시스템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동료들이 연대한 이 외침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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