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9년 만에 닻 올린 한일 수색구조훈련, 제주 공해상서 국방협력 정상화 신호탄

김 영 기자
기사 이미지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9년 만에 수색·구조훈련(SAREX)을 재개하며 단절됐던 양국 해상 안보 협력의 복원을 공식화했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의 4,900t급 상륙함 천자봉함과 일본의 7,250t급 이지스구축함 콩고함이 투입되어 조난 선박 대응 체계를 정밀 점검했다. 2017년 이후 중단됐던 양국 간의 실질적 해상 합동 훈련이 재개됨에 따라 동북아 안보 질서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한민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7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수색 및 구조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합동 훈련을 전격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약 9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그간 냉각기에 접어들었던 한일 국방 관계가 실질적인 정상화 궤도에 올랐음을 대외적으로 시사한다. 양측은 조난 선박 발생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공동 대응 능력을 점검하며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훈련의 핵심 전력으로는 한국 해군의 4,900t급 상륙함 천자봉함(LST-II)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7,250t급 이지스구축함 콩고함(DDG)이 나란히 전개되어 위용을 과시했다. 천자봉함은 상륙 작전뿐만 아니라 구조 지원 임무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우리 군의 주력 함정이며, 콩고함은 일본이 보유한 최첨단 방어 체계의 상징적 존재로 평가받는다. 일본 측은 이번 훈련을 위해 SH-60K 해상작전헬기를 함께 파견하여 해상과 공중을 잇는 입체적인 수색 및 구조 환경을 조성했다.

양국 함정은 가상의 조난 선박에서 발생한 화재를 공동으로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고난도 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협력의 깊이를 더했다. 특히 일본 해상자위대의 SH-60K 해상작전헬기가 한국 해군 천자봉함의 비행갑판에 직접 이·착함하는 훈련을 실시하며 양국 군 자산 간의 유기적 결합도를 높였다. 이는 단순한 원거리 관측을 넘어 서로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실질적 협업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지표다.

한일 수색·구조훈련은 1999년 처음 시작된 이래 2017년까지 격년제로 총 10차례에 걸쳐 꾸준히 시행되어 온 양국 국방 교류의 핵심 축이었다. 그러나 2018년 제주 국제관함식 당시 발생한 일본 함정의 욱일기 게양 논란은 양국 관계를 급격히 경색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후 한일 초계기 갈등이 겹치면서 국방 당국 간의 공식 대화 채널이 사실상 단절되었고, 이로 인해 인도적 차원의 수색·구조훈련 역시 장기간 표류하는 진통을 겪었다.

고착 상태에 빠졌던 양국 국방 협력은 최근 초계기 갈등의 봉합과 국방 교류 재건 추진이 가속화되면서 극적인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 1월 일본에서 개최된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훈련 재개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도출되었으며, 이후 실무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훈련 시점과 규모가 면밀히 조율됐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양국 국방 수장이 훈련 일정을 최종 확정 지으며 9년의 공백을 깨는 외교적 결실을 보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훈련의 재개가 양국 관계 회복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안 장관은 "이번 훈련 재개는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며 "한일 양국이 이 옥동자를 더욱 발전시키고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혀 향후 협력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역내 상황에서 한일 간의 전략적 공조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실용주의적 인식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 분쟁 등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군사적 밀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측은 일본의 자위대 지위 변화 시도와 맞물려 이번 훈련이 자칫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기계적 중립성 측면에서 볼 때, 실무적 구호 훈련을 넘어선 고도의 군사 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한일 양국은 이번 수색·구조훈련의 성과를 바탕으로 재난 대응 및 해양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훈련은 단순한 기술적 숙달을 넘어 양국 군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고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법치와 시장 질서에 기반한 국제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인 국방 외교를 지속 전개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9년#만에#올린#한일#수색구조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