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투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유럽 최초의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AI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SML은 올해 들어 주가가 60% 급등하며 기업가치가 7천억 달러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경우 1조 달러 달성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AI 반도체 투자 확대…ASML 기업가치 급상승
ASML은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끌어모았다.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확대가 이어지면서 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ASML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EUV 독점이 최대 경쟁력
ASML의 가장 큰 경쟁력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신 AI 반도체와 고성능 메모리,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현재 해당 장비를 상용 수준에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ASML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 생산이 늘어날수록 ASML의 수주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EUV 장비 투자가 불가피해 ASML은 AI 산업 성장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 TSMC·삼성전자 투자 확대가 성장 동력
ASML의 성장세는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은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첨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할수록 EUV 장비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가 단순히 반도체 기업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장비업체까지 수혜가 확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ASML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ASML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1조 달러 기업 가능성 제기
시장에서는 ASML이 유럽 최초의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스톤헤이지 플레밍(Stonehage Fleming)의 캐럴린 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SML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ASML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핵심 보유 종목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장기 성장 포트폴리오에서는 비중이 8%에 이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빅테크 투자 지속 여부가 최대 변수
ASML의 기업가치가 1조 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AI 투자 사이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도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공급망 확대도 또 다른 과제
ASML의 성장에는 공급망 안정성도 중요한 변수다.
ASML뿐 아니라 주요 부품 공급업체와 고객사인 TSMC, 삼성전자 등이 계획대로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AI 반도체 공급망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첨단 장비 생산에는 수천 개의 정밀 부품과 복잡한 제조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경우 장비 인도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AI 수요가 계속 증가하더라도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성장 속도가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