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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핵심 분야 자급 가능” 중국 반도체 총력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통해 AI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와 생산, 패키징, 메모리, 소프트웨어까지 공급망 전반을 재편하면서 미국 엔비디아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다만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미국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해 향후 수년이 중국 AI 산업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시진핑 지시에 '반도체 국가 프로젝트' 가동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AI 반도체 자립 전략은 미국이 2022년 첨단 AI 반도체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본격화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는 중국의 AI 산업이 미국 기술에 종속되는 상황을 국가 안보 문제로 판단하고 반도체 자립 프로젝트를 직접 총괄했다.

그는 1960년대 중국이 핵무기와 인공위성을 개발했던 국가 총력전 방식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부는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을 총동원해 반도체 공급망 전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 조직을 구성했고, 분야별 핵심 기술 확보를 국가 과제로 추진했다.

문샷AI
문샷AI(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화웨이 "3년 내 핵심 AI 자립 가능"

지난해 여름 화웨이는 중국 정부에 최신 AI 반도체 개발 현황을 비공개 보고했다.

화웨이는 미국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AI 반도체 개발 계획을 제시하면서 향후 3년 안에 핵심 AI 분야에서 중국이 자급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딩 부총리는 중국 주요 AI 기업들에 국산 AI 반도체 사용을 강하게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국산 반도체 사용을 거부하는 기업은 사실상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라는 강경한 메시지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엔비디아 의존도 절반 이하로 감소

화웨이는 올해 5월 중국의 해외 AI 반도체 의존도를 2021년 90% 수준에서 올해 60% 이하까지 낮췄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화웨이의 차세대 AI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향후 5년 안에 해외 의존도가 25%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첨단 장비 없이도 첨단 수준의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 방식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에릭 쉬 화웨이 부회장은 "미국의 제재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혁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 AI 소프트웨어는 미국 턱밑까지 추격

중국은 AI 모델 경쟁에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베이징의 AI 스타트업 문샷AI는 최근 공개한 Kimi K3를 통해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진핑 주석 역시 최근 공개 연설에서 중국을 개방형 AI 생태계의 중심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AI 모델 경쟁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향상되면서 미국 AI 기업들의 독주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했다.

▲ 반도체는 여전히 미국과 큰 격차

반면 AI 반도체 경쟁력에서는 미국과 상당한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

문샷AI 역시 Kimi K3 공개 직후 컴퓨팅 자원이 부족해 유료 서비스 가입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중국의 AI 반도체 생산 능력이 AI 서비스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산업에서는 모델 성능보다 이를 구동할 연산 자원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반도체 공급 부족은 중국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 "전기차와는 다른 게임"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서방을 추월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역시 결국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은 전기차와는 전혀 다른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카일 찬 연구원은 "중국이 총력을 기울여도 고속열차를 뒤쫓는 것과 같은 어려운 도전"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는 기술 난도가 훨씬 높고 발전 속도 역시 매우 빠르기 때문에 단기간 추격이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 국가 주도 공급망 재편

중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차원에서 재편하고 있다.

정부는 첨단 제조공정과 패키징,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등을 핵심 전략 분야로 지정했다.

또한 제한된 AI 반도체를 어떤 기업에 우선 공급할지도 정부가 직접 결정하기 시작했다.

과거 중국 반도체 육성 정책이 부패와 비효율로 실패했던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시장 경쟁도 함께 도입했다.

정부는 관련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 지원했고, 국영 반도체 장비업체에는 연봉 제한까지 폐지하며 해외 인재 영입도 허용했다.

화웨이 로고
화웨이 로고(Photo : [AFP/연합뉴스 제공])

▲ 화웨이 '미세 조각' 전략 주목

미국의 EUV 장비 수출 통제로 중국은 구형 DUV 장비만 사용할 수 있다.

화웨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장비 대신 생산 공정을 정교하게 개선하는 이른바 '미세 조각(Fine-Carving)' 전략을 선택했다.

구형 장비를 여러 차례 반복 활용하는 방식으로 7나노 공정을 구현했고, AI를 활용해 생산 오차를 줄이는 특허도 다수 확보했다.

최근에는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대신 여러 개의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적층 기술도 공개했다.

화웨이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2031년에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을 뛰어넘는 반도체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엔비디아 의존은 여전히 지속

중국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에도 현실적으로 엔비디아 의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중국 AI 기업들은 수십만 개의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활용하며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의 단속 강화로 밀수 반도체 가격은 최근 6개월 동안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일부 기업들은 해외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AI 연산 능력을 보완하고 있다.

▲ 생산량 확대가 최대 과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첨단 웨이퍼 생산량을 지난해 월 3만 장 수준에서 2030년 50만 장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화웨이는 올해 약 150만 개의 AI 반도체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수요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화웨이 AI 시스템은 엔비디아와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 생산 부담도 크다.

▲ "격차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 목표"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기간 미국을 추월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분석업체 번스타인은 중국 AI 연산 능력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약 14% 수준에 불과하며 2030년에도 상당한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전문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중국이 결국 EUV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있지만 최소 10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터프츠대의 크리스 밀러 교수는 "반도체는 핵무기보다 훨씬 복잡한 산업"이라며 "과거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했던 방식만으로는 이번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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