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사우디 석유 시설 드론 공격 배후로 친이란 민병대 지목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요 석유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요격했다고 발표하며 공격 배후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민병대를 지목했다.

반면 예멘 후티 반군도 자신들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면서 배후가 불분명한 가운데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라크 정부에 자국 영토가 우방국 공격의 발사 거점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 공격 주체 혼선…이라크 민병대·후티 모두 거론

이번 공격의 배후는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는 공격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지만, 예멘의 친이란 무장조직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는 사우디군 드론이 예멘 영공을 침범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공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제 공격이 어느 조직에 의해 이뤄졌는지, 또는 복수의 세력이 동시에 개입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AFP/언합뉴스 제공]
[AFP/언합뉴스 제공]

▲ 이라크 정부 "영토 악용 용납 못해"

이라크 정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보안당국에 즉각적인 조사를 지시하고, 이라크 영토가 우호국을 공격하는 통로나 발사 기지로 활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이란 민병대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통제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지속적인 불안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이란 전쟁 이후 드론 공격 급증

사우디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이란과의 군사행동을 시작한 이후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이 크게 늘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 내부 평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생한 약 1천 건의 드론 공격 가운데 최대 절반가량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공격 이전에도 홍해 연안 얀부 정유시설과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가 반복적으로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역시 이에 대응해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겨냥한 보복 공습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 최대 석유시설 일부 피해

걸프 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세계 최대 원유 처리시설인 아브카이크(Abqaiq) 석유시설 일부가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아브카이크 시설은 하루 약 70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안정화 시설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센티널-2 위성에서도 해당 시설에서 가스 연소(플레어링) 현상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공식 성명에서 아브카이크가 공격 대상이었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않았다.

▲ 호르무즈 우회 수출망도 위협

후티 반군은 최근 사우디의 원유 수출 우회로까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홍해 연안까지 연결되는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수출해왔다.

홍해 항구에서 출발한 유조선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인도양과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는 구조다.

그러나 후티는 최근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사우디 선박을 겨냥한 공격도 잇따라 감행했다.

이로 인해 일부 원유는 수에즈운하를 거쳐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더 긴 항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우려

이번 드론 공격은 중동 원유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특히 아브카이크는 2019년에도 후티의 드론 공격을 받아 사우디 원유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던 전례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격 피해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더라도 주요 산유국의 에너지 인프라가 반복적으로 공격받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사우디와 친이란 무장세력 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 원유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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