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투매에 코스피 이틀째 급락…증시 충격 확산
아시아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 투매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급락세가 지속됐다. 특히 코스피는 전날 10%대 폭락에 이어 29일에도 8%대까지 밀리면서 글로벌 증시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시간 29일 오후 2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대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수준에서 장을 마치면 사상 최대 수준의 이틀 연속 하락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코스닥도 7%대 하락하며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반도체 비중이 높은 시장의 충격이 두드러졌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5.2%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와 토픽스도 각각 2.81%, 0.66% 떨어졌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53%, 0.56% 하락하는 데 그쳤고 홍콩 항셍지수는 오히려 1.37% 상승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1%대 하락하며 4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연합뉴스제공] [연합뉴스제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102/44/1024431.jpg?width=1200)
[연합뉴스제공]
▲ 코스피, 대만에 연초 수익률 역전…반도체 쏠림의 후폭풍
국내 증시의 낙폭이 확대되면서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코스피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31%대로 낮아지면서 대만 자취안지수의 36%대 상승률에 역전당했다.
코스피는 그동안 연초 이후 상승률에서 대만 증시를 앞서왔지만 전날 순위가 뒤집힌 데 이어 이날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단기간 급등했던 국내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과 위험회피 매물이 동시에 쏟아진 결과로 풀이됐다.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워낙 높아진 상황에서 호실적만으로 주가 하락을 막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적 자체보다 앞으로의 성장 속도와 시장 기대치를 얼마나 넘어설 수 있는지가 주가를 좌우하는 국면으로 전환했다.
▲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급락…'기대치의 벽' 확인
대표적인 사례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57%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SK하이닉스는 11.2% 내린 137만6천원에 거래됐고,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도 7.7% 하락한 20만3천원에 거래됐다. 반도체 업황의 실적 개선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정당화할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반도체주의 현재 주가가 단순한 실적 개선보다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개선돼도 시장 예상치를 조금이라도 밑돌 경우 오히려 강한 매도 압력이 발생하는 구조가 나타났다.
▲ 대만·일본 반도체주도 동반 급락…글로벌 조정 양상
반도체주 급락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11.54% 급락했고 소프트뱅크그룹도 7.79% 떨어졌다. 대만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TSMC 역시 3.3%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이번 조정이 개별 기업의 실적 문제를 넘어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투자심리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특히 그동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수요 증가를 기반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반도체주에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면서 상승장에서 누적된 기대가 한꺼번에 되돌려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 중국 메모리 부상도 변수…기존 강자에 공급망 재편 부담
중국 메모리 기업의 약진도 기존 반도체 강자들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떠올랐다. 27일 상장한 중국 메모리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이날 3.83% 상승하며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나 홀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경쟁력 확대는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들이 누려온 메모리 시장의 지배력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중국산 메모리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빠르게 개선될 경우 글로벌 공급과 가격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반도체주 투매는 단순히 하루 이틀의 주가 조정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경쟁구도 변화와 중국 업체의 추격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Fed·빅테크·유가까지 겹쳐…시장 변동성 확대
대외 변수도 증시 불안을 증폭시켰다. 중동에서 이란의 미군 공격과 미국의 반격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과 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가 동시에 예정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높였다.
금리와 유가, 빅테크 실적은 모두 반도체와 성장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였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거나 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커질 경우 고평가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될 수 있고, 빅테크의 AI 투자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아시아 증시의 이번 급락은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높은 기대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맞물리면서 나타난 조정으로 분석됐다. 향후 시장의 방향은 반도체 기업들의 추가 실적과 전망, 미국 금리 경로, 중국 메모리 업체의 경쟁력, 중동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