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생산거점 덮친 강진…TSMC도 공사 중단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규모 7.1 강진으로 현지 반도체 산업의 핵심 생산시설이 잇따라 멈춰 서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구마모토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중한 지역으로, TSMC를 비롯해 소니, 도쿄일렉트론, 미쓰비시전기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다.
TSMC 구마모토 1공장은 강진 직후 직원들을 대피시킨 뒤 건물 구조 안전성을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복귀시켰지만, 지진 영향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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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TSMC는 2공장 건설도 일부 중단했다. 공사 현장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추가 여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TSMC 1공장은 2024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2공장에서는 2028년부터 3나노미터급 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번 강진이 장기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일본의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 전략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소니·도쿄일렉트론까지 중단…반도체 생태계 동시 타격
TSMC뿐 아니라 인근 반도체 생산 및 장비업체들도 가동 중단과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소니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은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하는 구마모토 테크놀로지 센터의 가동을 강진 직후 중단하고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이 공장은 24시간 생산체제로 운영돼온 핵심 거점으로, 재가동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반도체 제조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도 구마모토현 내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미쓰비시전기 역시 고시시와 기쿠치시 공장의 생산을 멈췄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생산하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가와시리 공장 점검에 들어갔다. 2016년 구마모토 강진 당시에도 피해를 겪었던 만큼 생산시설의 안전성과 설비 이상 여부를 면밀하게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문제는 개별 공장의 피해 규모보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은 웨이퍼·장비·부품·전력·물류 등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특정 공장의 가동 중단이 다른 기업의 생산 차질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자동차 생산라인도 멈췄다…부품 공급 차질 우려
자동차 산업도 강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도요타자동차는 구마모토현 인근 후쿠오카현에 있는 3개 공장의 가동을 31일 심야까지 다시 중단하기로 했다. 강진 직후 가동을 멈췄다가 29일 아침 생산을 재개했지만, 안전 점검과 물류 상황을 고려해 재차 중단을 결정했다.
도요타 계열 부품업체 아이신규슈도 조업을 일시 중단했으며, 혼다는 구마모토현 오즈마치의 구마모토 제작소 가동을 3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제지는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 공장에서 굴뚝이 부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미쓰비시케미컬그룹, 브리지스톤, 고이케야 등 다른 제조업체들의 공장도 가동 중단이 이어졌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수많은 부품업체와 물류업체가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다. 일부 부품 생산이 중단되거나 운송이 막힐 경우 직접적인 시설 피해가 없는 공장까지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쇄 피해가 우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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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보다 무서운 물류 차질…공급망 복구가 관건
이번 강진의 산업 피해는 생산시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물류와 유통망까지 동시에 흔들리면서 공장 정상화 이후에도 원자재와 부품 공급에 차질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우편은 구마모토현 내 우체국 창구 업무를 일제히 중단했다. 야마토운송은 구마모토현에서 발송하거나 현으로 들어오는 화물 접수를 중단했고, 사가와큐빈도 일부 지역에서 집하와 배송을 보류했다.
제조업의 생산 정상화는 공장 설비만 복구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전력 공급과 도로·철도 등 물류망, 부품업체의 생산, 완성품 운송까지 동시에 정상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마모토처럼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 기업이 밀집한 산업 클러스터에서는 한 지역의 물류 차질이 여러 기업의 생산계획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
▲ 일본 반도체 부흥 전략에도 변수…글로벌 공급망 파장 주목
구마모토 강진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지역이 일본의 반도체 산업 재건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생산기반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해왔다. TSMC 유치와 대규모 반도체 집적단지 조성은 일본이 반도체 생산 역량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특정 지역에 핵심 생산시설이 집중될 경우 자연재해가 산업 공급망 전체의 위험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단기적으로는 각 기업의 안전점검과 생산 재개 여부가 관건이지만, 피해가 장기화하면 이미지센서와 자동차용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강진의 산업적 파장은 지진 피해 규모 자체보다 생산시설과 물류망이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되느냐에 달렸다. 여진과 추가 피해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일본 산업계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구마모토발 공급망 리스크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