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월마트가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쇼핑 챗봇이 소비자들에게 '메이드 인 USA(Made in USA)' 제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질문에는 미국산 제품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원산지 확인이 어렵다고 답한 반면, 표현을 조금만 바꾸면 관련 정보를 제시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원산지 허위 표시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AI 쇼핑 서비스의 정보 제공 방식에도 규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AI 쇼핑봇, 미국산 제품 정보 제대로 제공 못해
3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전 위원장 리나 칸이 공동 설립한 컬럼비아대 법률·경제센터(Center for Law and the Economy)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과 월마트의 AI 쇼핑 챗봇이 미국산 제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AI 쇼핑 도우미 '알렉사 포 쇼핑(Alexa for Shopping)'은 '미국에서 생산된 부츠'나 '미국산 플라이 낚시 릴'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같은 질문에서 표현을 '미국에서(in the USA)'로 바꾸자 미국산으로 표시된 제품 목록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월마트 AI도 질문 방식에 따라 답변 달라져
월스트리트저널 리더십연구소도 동일한 현상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월마트의 AI 쇼핑봇 '스파키(Sparky)'는 처음에는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들의 '메이드 인 USA' 표시 신뢰도를 평가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로 질문을 다시 입력하자 제품들을 '신뢰도 높음'부터 '신뢰도 낮음·미국산이 아닐 가능성 높음'까지 순위로 구분해 제시했다.
이는 AI가 동일한 의미의 질문에도 표현 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소비자 선택권 확대 위해 AI 활용해야"
보고서 공동 저자인 에리 메이어 컬럼비아대 법률·경제센터 선임연구원은 AI 쇼핑 도우미가 보다 적극적으로 원산지 정보를 제공할 경우 소비자들이 더욱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이어 연구원은 리나 칸 체제 당시 FTC 최고기술책임자와 정책기획 책임자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이번 조사가 아마존과 월마트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원산지 표시와 관련해 일반 유통업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 중국산 정보는 쉽게 제공
보고서는 알렉사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 목록은 비교적 쉽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반면 '메이드 인 USA' 표시는 잘못됐거나 서로 모순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상품은 동일한 제품이 미국산과 수입품으로 동시에 표시되는 등 원산지 정보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렉사는 한 티셔츠 제품 비교표에서 미국산으로 잘못 표시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아마존 로고(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아마존 "의도적 정보 축소 아니다"
아마존은 보고서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제조사나 제3자 판매자가 원산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소비자들에게 해당 정보를 최대한 상세하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산지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긴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마존은 현재 원산지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 상품 상세 페이지에 표시하고 있으며, 알렉사가 이를 더욱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월마트는 보고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즉각 내놓지 않았다.
▲ AI도 원산지 검증 한계 인정
흥미로운 점은 AI 챗봇 스스로도 원산지 검증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스파키는 WSJ 리더십연구소와의 대화에서 과거 관련 답변을 거부했던 것은 지나치게 신중한 대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명, 브랜드 신뢰도, 제품군 특성 등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평가는 가능하지만, 원산지를 확실하게 검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에게 최종적으로는 각 상품 페이지의 사양(Specifications) 항목에서 공식 원산지 정보를 직접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 미국산 제품 시장 보호 움직임 확대
미국 소비자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별도의 검색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미국산 제품은 저렴한 수입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원산지가 불분명한 제품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산지 표시의 정확성은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원산지 허위 표시 단속 강화
트럼프 행정부와 FTC는 최근 미국산 허위 표시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FTC는 지난해 아마존과 월마트에 공문을 보내 플랫폼 내 일부 제3자 판매자들이 미국산으로 허위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FTC는 두 회사에 해당 판매자들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플랫폼 자체의 법률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FTC에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원산지 표시를 검증하는 절차를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규정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 리나 칸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법률·경제센터는 리나 칸 전 FTC 위원장과 컬럼비아대 법학 교수 레브 메난드가 올해 공동 설립했다.
리나 칸은 2021년 FTC 위원장 취임 이전부터 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FTC는 그의 재임 기간인 2023년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높이고 경쟁사를 배제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으며, 해당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