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집값 담합의 덫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오픈채팅방에서 특정 가격 이하로 아파트 매물을 내놓지 말도록 반복적으로 유도한 주민이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오픈채팅방에서 아파트 가격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A씨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억원 이상이 정상이다’, ‘국평은 최하 ○○억원 이상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하며 주민들에게 일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않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았다.
단순히 아파트 가격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 수준을 넘어 특정 가격선을 사실상 기준으로 제시하고 다른 주민들의 매도 행위를 제한하려 했다는 점에서 집값 담합 행위로 판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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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두리 부동산” 비난…중개업자 업무까지 방해
A씨는 자신이 주장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광고한 공인중개사들을 이른바 ‘가두리 부동산’으로 지칭하며 가격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오픈채팅방에는 ‘가두리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가두리 멘트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등의 메시지를 올리며 특정 중개업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정상적으로 매도인의 의뢰를 받아 광고된 매물까지 합리적인 근거 없이 허위 매물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매물을 ‘하향으로 꺾으려는 물건’으로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시세 정보 공유를 넘어 특정 가격 이하의 거래를 막고 중개업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려는 행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 온라인 담합도 처벌 대상…최대 징역 3년
공인중개사법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안내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공인중개사 등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오프라인에서 주민들이 직접 모여 가격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단체 채팅방을 통해 가격을 통제하거나 특정 가격 이하의 거래를 막으려는 행위 역시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입주민들이 자신들의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에서 매도 가격을 집단적으로 끌어올리려는 행위가 형사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집값 상승 분위기 악용한 ‘가격 지키기’ 차단
서울시는 최근 주택 공급 부족과 전세시장 불안 등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집값을 올리려는 담합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집값 담합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실제 거래가격과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형성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주민 간 갈등으로 보기 어려웠다.
특정 가격 이하의 매물을 배척하고 정상적인 매물까지 허위 매물로 몰아세우는 행위가 반복되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왜곡된 시장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가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을 넘어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시장 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 최대 2억원 포상금…온라인 흔적이 수사 단서
서울시는 부동산 불법행위를 발견하거나 피해를 본 경우 스마트폰 앱이나 서울시 웹사이트 등을 통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결정적인 증거와 함께 범죄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하면 ‘서울시 공익제보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오픈채팅방에 남은 게시글과 메시지는 가격 담합의 의도와 행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상 발언과 행동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서울시는 집값 담합 행위가 부동산 가격을 왜곡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협하는 만큼 앞으로도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아파트값 상승기에 이른바 ‘우리 단지 집값 지키기’라는 명분으로 이뤄지는 집단적인 가격 통제가 더 이상 가벼운 온라인 논쟁으로만 취급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