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에 흔들린 군의 지휘보고 체계
지난달 30일 파주 휴전선 인근에서 발생한 미군 무인기 오인 소동은 단순한 실무자 간 착오를 넘어 우리 군의 지휘보고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전비태세검열 결과, 미군이 훈련 전날인 지난달 29일 육군 1군단 실무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무인기 비행계획을 통보했지만 해당 실무자가 이를 상급자나 상급부대에 보고·전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실무자는 미군 측에 비행과 관련해 제한사항이 없다고 답한 뒤, 일정 고도 이하의 비행으로 판단해 1군단 내부 재량사항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군 무인기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군이 이를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미확인 비행체로 판단하면서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까지 발령했고, 실제 요격 준비에 들어가는 상황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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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누락’과 ‘절차 위반’이 동시에 작동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국군 실무자의 보고 누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군 역시 특수사용공역을 이용하는 무인기 비행계획을 정식 절차에 따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사용공역에서 비행하려면 일정 기간 전에 공문으로 비행계획을 통보하고 공군작전사령부 또는 지상작전사령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훈련 전날 한미 실무자 사이의 문자메시지로 비행계획을 전달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합참은 이 같은 방식이 그동안 한미 실무자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것으로 파악했다. 관행이 공식 절차를 대신하면서 결과적으로 한쪽에서는 보고가 누락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행인가 절차가 생략되는 구조적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특히 군사적 긴장이 높은 접경지역에서 공중에 떠 있는 비행체에 대한 정보가 지휘계통 전체에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었다. 실제 적 무인기 침투로 판단했다면 대응 과정에서 오인 교전이나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다.
▲ 한미연합작전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 공유’였다
한미연합방위체계는 고도의 무기체계나 대규모 전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때 공유하는 기본적인 절차 위에서 작동했다.
미군의 비행계획을 알고 있던 한국군 실무자가 이를 지휘계통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지휘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동시에 미군이 정식 승인 절차 대신 실무자 간 문자 통보에 의존한 것 역시 한미 간 공역통제 체계가 관행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합참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간 공역통제 협조 업무체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단순히 해당 실무자의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비행계획 통보부터 승인, 보고, 전파까지 전 과정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 지휘관 직무배제, 책임 규명으로 이어질까
국방부는 이날 미군 무인기 오인 소동이 발생한 육군 1군단장을 직무배제하고 관련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문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고의 원인이 특정 실무자의 보고 누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 간 통보 방식과 공역사용 승인 절차, 지휘계통의 보고·전파 과정 등 여러 단계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진짜 교훈은 ‘누가 보고하지 않았느냐’보다 ‘왜 문자 한 통이 공식 지휘보고 체계를 대신할 수 있었느냐’에 있었다.
군사작전에서 관행은 편의를 높일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공역통제 절차를 다시 세우고, 현장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핵심 정보가 지휘계통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다.